고분양가 리스크 vs 적자 공사···시계 멈춘 재건축 사업
고분양가 리스크 vs 적자 공사···시계 멈춘 재건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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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폭등에 가구당 마진 적어져···3년 새 시멘트 54.8%↑철근 60%↑
"일반분양 물량 적으면 사업 안해"···도곡개포한신 재건축 본 입찰 '0건'
올 1분기 정비사업 지난해보다 12% 축소···"신축 아파트 부족해질 것"
서울 강남구 도곡개포한신아파트. 지난달 말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건설사들의 사업제안서를 받지 못했다. (사진=네이버)
서울 강남구 도곡개포한신아파트. 지난달 말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건설사들의 사업제안서를 받지 못했다. (사진=네이버)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기존 입주민은 새 집을 받고 시세차익까지 얻을 수 있어 한때 재건축 단지로 지정만 되면 경사 분위기던 재건축 정비사업이 순탄치 못한 모습이다. 높아진 공사비에 사업성이 낮아져 선뜻 나서는 시행 주체가 없는 데다가, 일부 단지에선 분담금과 공사비 갈등으로 재건축을 반대하는 곳도 있는 실정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도곡개포한신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마감까지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사업제안서를 내지 않아 유찰됐다. 이곳은 지난 3월 진행한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를 포함한 총 10개 사가 참여했지만 본 입찰엔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통상 재건축이 진행되면 조합분을 뺀 일반가구 분양으로 사업성을 평가하게 된다. 도곡개포한신 조합이 제시한 3.3㎡당 920만원의 공사비는 인근 다른 재건축과 비교하면 낮다고 볼 수 없지만 문제는 일반분양 물량이었다. 이곳을 재건축 진행 시 기존 620가구에서 816가구로 늘어 일반분양 물량이 85가구에 불과해 시행·시공사 입장에선 사업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강 조망권을 갖춘 서울 용산구 산호아파트 재건축도 최근 진행된 시공사 선정 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역시 일반분양 물량이 93가구로 사업성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 공사비가 오르기 전에는 일반분양 물량이 100가구 미만이더라도 재건축이 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공사비가 치솟으며 한 가구당 남는 마진이 줄게 됐다. 대표적인 건축자재 레미콘은 지난 3년간 34.6% 올랐고, 순수 시멘트는 54.8%, 고장력 철근은 60% 뛰었다. 공사비의 또 다른 한 축인 인건비 역시 3년 새 15.8% 올랐다.

높아진 공사비에 일반분양 물량마저 적은 경우 조합원에게 분담금 부담을 크게 해 재건축 사업을 더디게 한다. 조합원 분담금을 낮게 제시할수록 시공사 선정이 쉽고 주민 협조가 빨라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지만, 이를 내릴수록 적자공사가 되거나 일반 분양자에게 고분양가를 전가하게 돼 미분양 리스크를 가진다.

실제로 상계주공5단지의 경우 전용 37㎡ 재건축에 가구 당 분담금이 5억원대로 책정됐고, 주민들이 이에 반대하자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 외에도 서울 곳곳에서 추가 분담금 책정 문제로 계약한 시공사를 해지하는 조합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재건축 시장은 이윤이 남도록 공사비를 올리면 조합 분담금과 고분양가에 따른 리스크가 생기고, 공사비를 내리면 적자 공사가 되기 때문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올해 1월 10일 내놓은 부동산 정책 중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올해 수주 실적을 공개한 국내 상위 건설업체 10곳의 2024년 1분기 정비사업 수주액은 3조99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5242억원)보다 약 12% 줄었다. 2년 전(6조7786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40% 가까이 줄었다.

△현대건설(1조4522억원) △포스코이앤씨(2조3321억원) △SK에코플랜트(2151억원)만 수주를 했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은 1분기 정비사업 수주가 아예 없다.

이 관계자는 "분양 리스크가 적은 입지에 대단지가 아니면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 같다"며 "올해는 매우 보수적인 수주 전략을 고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비사업 환경이 어려워지고 건설사들이 수주를 꺼리는 경향이 이어지면, 앞으로 3~5년 내에 신축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는 사업성 악화와 더딘 주택시장 침체 회복에 지난해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에는 소폭 개선될 수 있겠으나 2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더 낮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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