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평가 및 조사체제 강화
내부 리스크 관리 과제 '산적'
[서울파이낸스 서지희기자] 다사다난했던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여느 때보다 이슈가 많았던 은행권도 예외는 아니다. 상반기가 대내외 변수로 정신이 없었다면 하반기엔 이 같은 변수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 경영실태평가 세분화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5개 등급으로 세분화된 경영실태평가 기준을 세분화해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개편된 평가기준은 기존 5가지 등급에 '+단계, O단계, -단계'로 세분화된 것이다. 현재 평가 부문은 자본(C), 자산(A), 경영관리(M), 수익성(E), 유동성(L), 시장리스크(S) 등이다. 여기에 예대율과 CEO리스크 등과 같은 새로운 평가내용도 추가됐다.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단계에 이르면서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금융당국의 위험관리 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당장 올해부터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세분화된 평가항목을 사전에 인지하고 준비해야할 작업이 필요할 시기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의 단독조사권과 예금보험공사의 조사권도 은행권의 긴장감을 조성시킬 외부 압박이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한은과 예보에 대한 조사권 부여 가능성도 한층 높아진 상황.
은행들은 '시어머니가 많아진다'는 이유로 반대의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금융시스템의 흐름 안정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도 현재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 무조건적인 경영은 안할 것"이라며 "리스크를 낮추는 경영스타일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M&A에서 가계부채까지
은행 자체적으로 이뤄져야 할 관리도 만만찮다. 일부 회사들 간에 진행되고 있는 인수합병(M&A), 정상화PF뱅크를 비롯한 가계부채까지 '첩첩산중'이다.
올 금융권 상반기 최대 이슈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우리금융과 산은지주의 합병 등 은행간 M&A였다. 아직 협상의 내용이 뚜렷한 도출되지 않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만약 두 케이스 중 하나라도 인수합병이 완료된다면 파생적인 리스크 확대를 막기 위한 은행들의 노력이 긴요해진다.
인수기업에 대한 피인수기업의 반감은 업권을 불문하고 발생하는 것. 더욱이 합병 초기 단계부터 강하게 반대 의사를 밝혀온 직원들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실 여파로 부각된 정상화PF뱅크, 가계부채 등도 과제로 던져졌다.
정상화 PF뱅크는 우선 이달 중 1조2000억원 규모로 출범해 최대 1조5000억원의 부실채권을 사들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기준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가 6조원을 넘어선 점을 고려할 때 PF부실대출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존 부실채권의 원활한 처리와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실채권의 관리가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끝으로 8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축소 방안 강구도 난제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해결방안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가계부채 총량제가 금융권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자칫 은행별 '할당제'로 변질돼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 또한 향후 주시해야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