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온라인팀] 재벌총수 자녀들의 경영스타일이 남자는 '덩치키우기'(외형)에, 여자는 '실속챙기기'(내실)에 각각 더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12일 재벌닷컴이 총수 자녀가 임원인 20개사를 대상으로 임원 선임 이후 실적 변화를 조사한 결과, 아들이 임원인 회사와 딸이 임원인 회사의 매출액과 순이익 증가율에 큰 편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이 임원으로 재직하는 10개사의 매출은 연평균 33.0% 성장한 반면, 딸이 임원인 10개사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그보다 14.4%포인트 낮은 연평균 18.6%에 그쳤다.
흥미로운 것은 순이익 증가율. 딸이 임원으로 근무하는 회사가 아들이 경영에 참여한 회사보다 높았다. 딸이 임원인 10개사의 순이익은 연평균 41.9%씩 성장해 아들이 임원인 회사의 연평균 순이익 증가율 27.5%를 14.4%포인트 높았다.
일례로, 이재용 부사장이 2001년 임원으로 선임된 이후 삼성전자의 매출은 연평균 25.5%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순이익은 연평균 16.9% 늘어 순이익보다는 매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임원으로 승진한 1999년 이후 현대차의 매출액 역시 연평균 30.0% 증가했지만, 순이익 증가율은 이보다 낮은 24.7%를 기록했다.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이 두산건설 경영에 참여한 이후 매출은 연평균 10.5%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연평균 13.4% 떨어졌다. 조원국 한진중공업 상무가 임원으로 참여한 2008년 이후 한진중공업 순익은 적자 전환했다.
반면, 딸의 경영 참여 이후에는 순이익이 매출액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임원으로 승진한 2004년부터 호텔신라의 매출액은 연평균 40.6%, 순이익은 연평균 56.3% 증가했다.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2005년 임원에 오른 다음 제일모직의 매출액은 매년 17.8%, 순이익은 31.7%씩 성장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글로벌(옛 현대U&I) 전무가 등기이사로 선임된 2005년 이후 이 회사의 매출은 연평균 25.5%, 순이익은 53.0%를 늘었다.
동양그룹과 오리온 그룹이 분리된 2001년 이후 이화경 사장이 이끄는 오리온의 매출은 연평균 4.9% 증가했으나, 순이익 증가율은 그 10배가 넘는 58.9%에 달했다.
물론, 아들 중에서도 내실 경영이 돋보이는 사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로 경영에 참여한 지 14년째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임원으로 승진한 이후 신세계 매출과 순이익이 연평균 57.7%, 96.7%씩 증가했다.
조현준 효성 사장이 임원으로 재직한 13년 동안 효성 매출은 연평균 56.2%, 순이익은 98.1% 상승했다. 이우현 OCI 부사장이 임원이 된 2005년 이후 이 회사의 매출은 연평균 10.9% 성장에 그쳤으나 순이익은 179% 급증했다.
한편, 재벌닷컴 측은 총수 자녀가 회사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경영스타일 차이가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재벌 총수 아들이 주로 전자, 자동차, 중공업 등 실적이 안정권에 오른 주력사에서 일하는 반면, 딸들은 호텔, 광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점도 한 요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