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증권업계가 기로에 섰다. 대형IB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는 증권사들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한발 앞서게 됐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기존 사업 영역인 위탁영업, 펀드 판매 등에 안주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증권가의 판도변화를 가늠케 하는 '모래시계'는 이미 뒤집혔다. /편집자주
조직개편+해외거점…성장동력 모색
"증권사간 주가 양극화 심화될 것"
'대형IB'라는 날개를 달게 된 대형 증권사들은 '규모의 경제' 실현을 목전에 두고 있다. 프라임브로커리지를 바탕으로 헤지펀드, M&A 등 이들이 가져갈 수 있는 파이는 '무한대'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형 IB기준을 충족한 증권사는 KDB대우, 삼성, 한국투자, 현대, 우리투자증권 등 총 5곳이다.
대형IB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분야는 단연 '프라임브로커리지'다. 이 자격을 얻으며 향후 20조원대의 잠재시장인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증권 대여, 자금 지원, 재산보관 관리 등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M&A 자문시 인수자금 제공과 신생기업 융자 및 보증 등의 기업여신,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투자은행을 통해 거래를 할 수 있는 내부주문집행에 대한 라이센스를 얻게 된다.
이에 5개 증권사의 행보도 갈수록 탄력을 더하고 있다. 관계부서를 정비하는 한편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해외 주요 거점 선점 작업에 들어갔다. 모두들 한결같이 대형IB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지난해 브로커리지, Sales&Trading(국내외 상품운용 및 판매), IB 등을 위한 조직체계와 홍콩현지법인을 해외 사업의 전진기지로 삼아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지난 2009년부터 PBS업무와 관련해 전담부서를 만들고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주식 대차와 주식 스왑부분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저변을 넓혀왔다"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 과정을 살펴보면 지난 9월 북경자문사를 설립했고, 10월 홍콩현지법인 자본금을 2억불로 확충했으며 싱가포르에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7월 프라임브로커리지팀을 신설하고 관련 사업을 준비해왔다. 이미 국내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사전마케팅을 시작해 올 연말까지 전산 인프라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거점은 KDB대우증권 마찬가지로 홍콩이다. 이를 발판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홍콩을 중심으로 뉴욕, 런던, 동경, 상해 등 기존 거점 영업을 강화하고 싱가폴 등 추가진출을 통해 아시아를 주무대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프라임브로커리지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TF조직을 3년 전부터 구성했다. 증권대차와 신용공여, 펀드재산의 보관관리 및 청산결제 업무 등 관련 서비스는 이미 완료 단계다.
특히 계열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헤지펀드 역량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내 뿐 아니라 싱가포르 현지법인 헤지펀드 운용사인 KITRA는 지난 2008년 부터 1000억 규모의 헤지펀드를 운용하며 노하우를 축적했다.
해외 선점 타깃은 우선 범중화권 시장으로 '첫 발'은 베트남 진출이다. 지난해 11월 EPS증권과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해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중국 베이징에 전요우 투자자문사가 세워진 상황이다.
현대증권은 올해 초 프라임브로커리지 서비스 업무 추진 TF팀을 설립하고 해외 선진 PBS시스템 도입을 진행 중에 있다.
특히 대차거래시스템인 'Stock+렌탈서비스' 특허보유로 헤지펀드 운용전략에 한발 앞서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헤지펀드 초기에 대부분 롱,숏 전략이 채택됨에 따라 다양한 종목과 대량 주식을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추겠다는 설명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현재 PB업무가 가능한 나머지 4개사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사용한 대차금지를 하지 않고 로열티를 징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역시 헤지펀드 운용, 프라임브로커 등 분야별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TF를 구성했다. 대체투자(AI)그룹을 중심으로 스핀오프 방식을 통해 운용 자회사를 설립, 절대수익 추구형 헤지펀드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주는 정책 당국의 정책적 지원 아래 성장할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 금융업 중 정책적 성장에 기댄 유일한 분야는 대형IB로 내년 증권주 주가 차별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