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애플이 '특허 괴물' 디지튜드 이노베이션(Digitude Innovation)과 손잡고 경쟁사들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에 들어갔다.
특허 괴물(patent troll)이란 직접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대학·연구소 등에서 특허를 사들여 이를 가지고 제품 생산업체에 특허료를 요구하는 특허 전문업체를 말한다.
12일(현지시간) 테크크런치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자사의 12건의 특허권을 디지튜드 이노베이션에 양도했다.
디지튜드 이노베이션은 지난주 4건의 특허를 침해한 혐의로 삼성전자·LG전자·HTC·노키아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이 가운데 2건은 올해초 애플이 인정받은 특허로 밝혀졌다.
업계는 애플이 이 회사에 특허권을 넘긴 것이 강압이나 위협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특허 소송전의 '이전투구'에서 빠짐으로써 그동안 특허 소송으로 나빠진 이미지를 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애플이 '특허 괴물'을 앞세워 국내 업체를 비롯한 경쟁사들에 특허권 공세를 벌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애플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사용자환경(UI) 등 디자인 특허만으로 경쟁사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등의 기존 제조사들은 강력한 통신 특허로 맞불을 놓으면서 특허전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특히 애플이 미국에서 특허를 획득한 '밀어서 잠금해제'는 그 범위가 넓어 소송전에서 사용되기 힘들뿐더러 통신특허가 없이 특허괴물과 손잡는 것만으로 경쟁사들을 제압하기엔 무리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모토로라가 통신 특허로 애플을 제소하면서 독일에서는 아이폰 판매가 사실상 금지된다.
독일 만하임 지방법원은 지난 9일(현지시간) 모토로라의 요청을 받아들여 아이폰, 아이패드에 대해 사실상 판매 금지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애플의 모토로라 통신 특허 침해가 인정되기 때문에 모토로라가 1억 유로를 공탁하면 애플 제품에 대해 판매 금지 신청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번 결과로 애플이 그동안 특허가 아니라며 반발했던 '통신 표준'이 독일 법원에 인정받으면서 이 법원에 애플의 제품이 통신 표준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건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