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사건 접수 금지
[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을 위한 금융권의 금융민원분쟁기관이 난립한 가운데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관은 한 곳으로 제한돼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6월 금융감독원 내에서 기존 민원분쟁 권한을 독립한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설치될 예정이다. 금소원은 금융분쟁조정, 금융교육, 민원처리 등의 업무와 함께 사실조사권 등을 갖게된다.
금융권 관련 민원 분쟁기관은 대략 5개소가 있다. 각각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보호원에 설치돼 있다.
이 중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보호원은 증권 민원에 대한 실무는 처리하지 않는다. 성격이 달라서다. 두 단체 모두 제조업 등 주요 다뤄지는 업권이 다르고 금융 외 소비자와 직결된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 분쟁기관 관계자는 "공정위와 소비자보호원에 민원 접수 및 처리건수는 거의 없다"며 "금융기관 3곳이 대부분 맡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민원이 처리되는 메커니즘이 유사하고 금투협이 사전 방지에, 금감원과 거래소가 사후 처리에 보다 주안점을 뒀다는 차이만 있다.
세곳 모두 민원이 접수되면 문제 소지가 있다는 점을 1차 판단하고, 확인될 경우 위원회가 소집된다. 위원회 구성은 금투협의 경우 법조계 2명, 소비자연맹, 학계 등 7명으로 구성되 사안의 고려해 배상 범위 등을 따지게 된다. 이는 거래소도 같다. 다만 위원위 구성원이 더 많다.
결국 세 기관 중 어느 기관에 민원을 접수해도 같은 방식을 통해 일이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세 기관이 중복된 사건을 접수하지 못하는 규정도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A 투자자가 거래소와 금투협 두 곳에 같은 사건으로 접수할 수 없다. 이 과정은 금융위를 통해 이뤄진다. 사건이 접수되면 금융위가 중복 사안임을 인지하고 자체적으로 사건이 겹치지 않도록 각 민원기관에 통보 조율한다.
결과적으로 일반 투자자들로서는 선택할 수 있는 기관은 3곳이지만 정작 1곳 밖에 이용할 수 없는 셈이 된다. 민원을 넣기 전 각 기관에 대한 정보가 전문한 투자자들서는 상황에서 '감'만으로 기관을 선택하고 있다. 금감원, 거래소 같은 경우는 공공기관적인 성격이 강해 사건을 보다 적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선입견이 작용해 상대적으로 의뢰건수가 많다.
금투협에 따르면 금감원이 전체 민원 분쟁의 80%를 맡고 거래소와 협회가 각각 10%씩 차지한다. 세 기관이 처리 메커니즘이 동일하지만 한 기관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굳이 3개 기관 대신 1개 기관이 맡아도 되는 셈이 되자 이 세 기관 중 누가 민원분쟁을 맡아야하는 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 민원분쟁기관은 미국 증권업금융시장협회(SIFMA)가 혼자 맡고 일본 역시 일본증권업협회가 혼자 담당한다. 이 두단체는 우리나라 금융투자협회와 같다. 때문에 금투협이 독자적으로 민원분쟁을 맡아야한다는 주장이 있다.
거래소 생각은 다르다. 미 증권업협회의 경우 금투협이 회원사들의 이익단체인 반면 공공기관 성격을 갖는 만큼 거래소와 금투협이 민원분쟁 역할을 담당하는 게 맞다고 반론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미 증권협회는 자율 규제 역할을 담당하는 일종의 감독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난립상이 아니다"며 "기관 간의 목적과 특색이 나뉘고 있으며 독점구조를 두는 것은 기능 후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