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상환수수료, 금리인하폭 감안해야"
[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한국은행이 하반기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대출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 경감효과가 있지만 고정금리 대출의 경우 금리변동에 따른 혜택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변동금리로 즉각 갈아타기에는 중도상환수수료, 금리인하폭 등 고려해야할 변수가 많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 대출자에게 고정금리 대출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2일 7월 기준금리를 전월보다 0.25%포인트 내린 연 3.0%로 결정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2009년 2월 이후 41개월 만이다. 지난해 7월부터 이어졌던 금리 동결도 13개월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예상 밖의 금리 인하에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크게 반기고 있다. 대출금리가 내려가 이자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자율이 0.25%포인트 내려가면 1억 원을 빌린 사람은 연 25만 원, 2억 원 대출자는 50만 원을 아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전국 950만명의 변동금리 가계 대출자는 이번 금리 인하로 1조원에 달하는 금리 인하 효과를 누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고정금리 대출자들은 기준금리 인하 혜택을 전혀 볼 수 없다. 현재 고정금리 대출자들이 부담하는 금리는 변동금리 대출에 비해 0.4~0.7%포인트 가량 높다.
신한은행의 우량고객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가 연 4.1~4.3%인데 고정금리는 연 4.7%에 달한다. 하나은행도 변동금리가 연 4.2~4.4%인데 고정금리는 연 4.7%다. 국민은행도 고정금리가 더 높다.
여기에 한은이 하반기에 1~2차례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고정금리 대출자의 고민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변동금리로 갈아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시중은행, 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기관 전문가들은 10년 이상 장기대출을 염두해 둔 주택실수요자들이라면 고정금리의 매력은 여전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10~2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 대출자는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는 고정금리를 택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상환수수료 부담 및 금리인하폭 역시 주요 변수다. 현재 시중은행에서는 대출자가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 상품으로 전환할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최고 1.5%(대출시작일로부터 3년까지)를 적용하고 있다. 단, 변동금리에서 고정·복합금리로 전환시 수수료는 전액 면제다.
B은행 관계자는 "추가 금리인하로 변동과 고정금리 간 금리격차가 1%포인트까지 벌어진다는 관측도 나온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시중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가 최고 1.5%이고,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되더라도 인하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변동금리로의 전환은 신중해야한다"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도 "한국은행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확산되자 기준금리를 5.25%에서 2.0%까지 낮췄고 이후 3여년간 금리를 올리거나 동결해왔다"면서 "경기침체 우려로 이번에 0.25%포인트 인하했으나 유로존 위기 해소, 국내 경제 회복 속도에 따라 언제든 인상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중은행과 주택금융공사 등은 작년 하반기부터 고정금리 대출을 적극 늘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6월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며 "가계대출을 고정금리, 분할상환 중심으로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생긴 변화다. 한은에 따르면 5월 가계 신규대출 중 고정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4.3%에 달했다. 작년 5월만 해도 고정금리 대출은 신규 대출의 11.4%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