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7656억원에 불과…현대車그룹 약6조원
순환출자 재벌그룹 전체는 8조5000억 ‘부담’
[서울파이낸스 임현수기자] 재벌그룹들이 경영권 위협 없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취득해야하는 지분은 얼마나 될까.
지난 17일 경제개혁연구소가 내놓은 '대규모기업집단의 순환출자 현황 및 해소 지분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의 지배주주가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경영권 유지를 위해 필요한 취득지분가액은 8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순환출자 해소로 인해 매각될 총 지분가치(9조6000억원) 중에서 지배주주가 이미 핵심계열사 지배에 필요한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추가적인 지분취득이 필요하지 않은 지분을 뺀 금액이다.
그룹별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5조987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중공업그룹 1조5763억원, 삼성그룹 7656억원, 영풍그룹 1799억원, 한진그룹 169억원 등의 순이었다.
지배주주가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지분은 상장회사는 30%, 비상장회사는 50%의 지분을 확보한 경우를 의미한다.
경제개혁연대는 순환출자가 존재하는 대기업집단은 총 15개, 이들 그룹의 88개 계열사들이 동원된 순환출자는 총 100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 현대차 출자해소자금 '최대'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무려5조9874억원에 달한다. 이는 현재자동차그룹의 지배주주인 정몽구 회장이 순환출자의 핵심이 되는 계열사의 지분을 그만큼 적게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순환출자의 3개 핵심계열사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 5.18%, 기아자동차 1.74%, 현대모비스 6.96%의 지분만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취약한 지배구조는 핵심계열사들끼리의 순환출자를 통해 보완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의 지분 20.78%를 현대모비스가 보유하고, 현대모비스의 지분 23.2%를 기아자동차가 보유하며, 기아자동차의 지분을 33.7%를 현대자동차가 보유하는 방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순환출자 형태로 핵심은 3가지.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이러한 순환출자 구조를 끊기 위해 기아자동차와 현대제철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매각한다면 정몽구 회장 및 친인척의 지분은 7.63%만 남게 돼 추가지분을 취득해며 이를 위한 자금이 5조9874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구성된 단 하나의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정몽준 전 회장의 현재중공업 지분은 10.5%, 재단까지 포함해도 13.43%에 불과한 지분과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면 현대미포조선이 현대중공업에 출자한 금액 1조5764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 삼성그룹은 7656억원?
가장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는 그룹인 삼성그룹은 출자지분 장부가액 1천억원 미만인 경우를 제외하고도 17개의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다.
삼성그룹 순환출자의 4개 핵심계열사는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카드. 이 중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은 각각 16개의 순환출자에 관여돼있고, 삼성전자는 14개, 삼성카드는 9개이다.
순환출자 구조의 형태도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삼성전자→삼성SDI→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 등이다.
특히 삼성그룹 1위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이건희 회장과 그 친인척의 지분비율은 4.7%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러한 취약한 지배구조를 순환출자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주식 19.34%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48%를 보유해 삼성전자에 대핸 지배력을 확보하고 그밖에 삼성전자가 출자한 다른 계열사들이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에 출자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삼성그룹 순환출자해소금액이 7656억원에 불과한 까닭은 이건희 회장과 그 친인척이 순환출자구조의 핵심계열사 중 하나인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46%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삼성SDI→삼성물산’, ‘삼성SDI→삼성에버랜드’, ‘삼성전기→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삼성에버랜드’ 등의 고리를 끊으면 거미줄과 같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의 상당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
특히 이 중 삼성에버랜드가 관여된 순환출자구조의 경우 앞서 언급했듯 지배주주 등의 지분율이 높기 때문에 외부에 매각하더라도 경영권에 문제는 없으며 이와 관련해 삼성에버랜드를 통한 삼성생명,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도 유지될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의 순환출자 형태의 경우에는 삼성SDI에 대한 지배주주 지분율이 1.41%에 불과하고 계열사 지분율도 12.3%에 그쳐 삼성SDI가 삼성물산의 지분을 외부에 매각할 경우 삼성물산에 대한 경영권이 위협받게 된다.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의 출자가액 7656억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 한진그룹, 169억원이면 해결
한진그룹은 총7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고 핵심구조는 ‘대한항공→한진관광→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이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에서 핵심계열사는 부동산 매매 및 건물관리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정석기업. 정석기업은 조양호 회장 및 그 친인척이 44%, 대한항공 등 계열사가 4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진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끊기 위해서는 ‘한국공항→한진’, ‘정석기업→한진’, ‘한진관광→한진’ 등의 고리를 끊으면 된다.
특히 상장회사인 한진은 조양호 회장 및 그 친인척이 30.94%의 지분을 갖고 있으므로 한진관광이 갖고 있는 지분 1.43%, 한국공항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2.225를 외부에 매각하더라도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정석기업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순환출자 해소 시 정석기업에 대한 계열사 출자지분을 매각한다면 지배주주 등의 정석기업 지분이 50%에 미달하게 돼 추가로 6.08%의 지분을 취득해야 한다. 이에 따른 취득예상가액이 169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영풍그룹의 경우에는 7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부담은 1799억원이었다.
영풍→영풍문고(출자가액 248억원), 시그네틱스→코리아써키트(출자가액 257억원), 고려아연→서린상사(1294억원) 등의 고리를 끊는 데 따른 지분을 회수하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