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재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한국사회의 핵심키워드로 떠오른 ‘삼성공화국’논란에 대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직접 칼자루를 빼 들었다.
각종언론과 시민단체에 의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삼성공화국’의 실체를 허심탄회하게 연구해보라고 그룹 사장단들에게 지시한 것.
이에 삼성그룹은 1일 오전 8시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주재로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회의실에서 열리는 사장단 회의에서 삼성에 대한 비판여론의 실체를 논의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통상 사장단 회의는 초청강사가 1시간 동안 주제발표를 한 뒤 30분 토론을 하지만 이날은 초청강사 없이 참석자들이 난상토론을 벌였다.
모임에는 계열사 사장단 20여명과 구조조정본부 팀장급 이상 9명이 참석했으며, 지난 일주일 동안 계열사 사장들은 ‘삼성공화국’의 실체와 해법을 찾느라 각계 여론 주도층의 의견을 듣는 등 분주하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날 내린 결론은 단 1%의 반대세력이 있더라도 포용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상생`과 `나눔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룹 사장단은 또 삼성이 커지고 있는데 대한 일부 단체의 비판을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국가 대표기업으로서 경제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하고 중소기업과 어려운 이웃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하자고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일련의 노력을 통해 삼성그룹이 삼성공화국이라는 비아냥을 벗어던지고 1%의 반대세력도 포용하는 국민기업으로의 이미지 변신이 가능할까.
그 동안 한국사회에서 삼성그룹의 독주를 비판하는 여론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일부 여론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삼성 공화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항상 존재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직접 문제해결을 지시한 것은 이례적이고, 그 배경부터가 관심사다.
이 회장이 직접 ‘삼성공화국’논란에 대해 문제점을 인식한 것은 지난 달 고려대 명예철학박사 학위수여식 파행 사태가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미래경영전략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는 이회장에게 삼성에 대한 비판여론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초 고려대에서 열린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식 이후 불거진 삼성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에 대해 이 회장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것 같다”며 “이 후 그룹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 사장단 회의에서 해결책을 모색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 내부에서는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 동안 여론의 뭇매를 맞아온 ‘무노조 경영’과 세습경영을 보여주고 있는 ‘지배구조 문제’ 등 말 못할 삼성내부의 고민들이 불거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룹 계열사 한 임원은 “각 사별로 사장들이 이번 사안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심도있는 토론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언론이나 학계 등 외부인사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참조, 삼성그룹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의 실체를 벗길 수 있도록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사장단 회의가 결국은 여론을 무마시킬수 있는 단기적인 처방책일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비판여론의 핵심인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파악, 이를 시정조치하기보다는 비판여론을 우회할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의 고위 관계자는 “실제로 삼성그룹 비판여론의 핵심은 무노조경영
과 경영권 세습을 둘러싼 지배구조의 문제이며 이에 대해서 삼성 경영진들은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에 이번 사장단 회의의 초점은 결국 비판여론을 타개할 수 있는 단기 처방책만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문제는 본질을 파악하더라도 그룹 사장단들이 나서 해결 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 이 회장 중심의 일방통행식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의 해결은 결국 이회장의 경영에 대한 인식 전환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삼성그룹의 비판여론은 단지 최대순익을 거두는 국내 1위 기업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수행하고 있는 기업경영의 문제”라며 “이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방침의 변화없이 해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기에 본질적인 문제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그룹이 문제점을 인식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그 동안 비판여론에 대해 여론 길들이기로 비춰질 만큼 삼성의 영향력이 막강했음에도 이에 대한 자성의 빛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비판여론이 삼성그룹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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