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3호'가 주는 메시지
'은하 3호'가 주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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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하 3호 로켓 발사로 시끄럽다. 국내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기술적 문제보다는 정치 역학적 관심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국제적으로는 이미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스스로도 밝히고 있는 북한의 발사체 실험 성공에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본토까지를 겨냥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로 이어질 것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경악' 그 자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반드시 국제사회와 견해가 일치해야만 하는 것인가다. 물론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자체 개발능력이 입증된 사실을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닐 것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NLL에 이은 또 한 번의 안보 소동을 치를세라 각 후보 진영은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아무리 대선 정국이라고는 하지만 정치적 이슈로만 그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보다는 우주과학기술 측면에서 우리가 북한보다 최소 몇 년 이상 뒤진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위성 개발에는 일찌감치 성공했지만 그간 발사체 개발에는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 한미 방위조약에 의해 미사일 사거리의 제한을 받으며 오랫동안 독자적인 발사체 개발을 사실상 포기하다시피 해왔다. 그 못지않게 독자적인 발사체 개발이 비용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시장주의적 사고의 틀에 묶여 지내온 것이기도 하다. 즉, 남의 발사체를 빌려 사용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드니 그 비용으로 위성 개발에 더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지배했던 것이다.

물론 그 덕분에 위성 기술력은 우리가 북한보다 앞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은하 3호에 실린 광명성 3호 위성은 100kg의 소형으로 과학 위성인 우리별 위성보다는 크지만 다목적 위성인 아리랑 위성에 비하면 1/4 크기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상업적 목적의 민간 위성인 무궁화 위성도 발사한 우리에 비해 북한은 이제 겨우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렸을 뿐이다. 궤도진입은 성공했다지만 그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도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독자적인 발사체 시험에 성공하지 못했다. 과학기술부도 없애버렸던 현 정부가 그나마 발사체 건립을 추진한 것을 다행으로 여길 일이지만 그조차 우리 기술의 독자적 개발은 아직 시작도 안 된 것이나 다름없다.

출발이 늦었기 때문에 북한과 단순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이미 두 차례나 실패하고 또다시 발사 연기한 나로호 조차 우리의 독자기술로 개발한 것이 아니다. 발사체는 거의 전적으로 러시아 기술에 의존하다보니 실패해도 그 원인을 우리 스스로 파악하지 못하고 막대한 비용만 날리고 있다. 처음부터 독자기술 개발로 가닥을 잡았다면 적어도 지금 그런 쓸데없는 비용 낭비는 없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자본주의체제인 남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개념이 희박한 북한은 15년인 1998년부터 독자적인 발사 시험을 해왔다. 게다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은 발사체 기술을 40년 전 구소련에서 도입한 스커드 미사일을 토대로 발전시켰다. 오늘날 국제사회를 걱정스럽게 하는 이유의 일단도 거기서 기인한다.

결국 이 시점에서 우리가 북한 로켓발사에 경기를 일으키기 보다는 우리의 독자적인 우주시대를 열어갈 비전을 다시금 마련하는 것이 더 발전적인 태도일 것이다. 남북이 경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꿈꾸기 위해서라도 우주로 나아갈 발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좀 더 체계적인 청사진을 갖춰가야 한다.

현재 우리의 국력으로 당장 다른 별로 위성을 보내기는 무리일 테지만 그래도 언제쯤 달에 발을 딛고 또 그 다음 단계를 어떻게 밟아나갈 것인지 제시할 정부의 태도가 아쉽다. 그래야 어느 기업의 광고처럼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꿈만 꾸는 사회가 아니라 과학자의 꿈을 꾸는 아이들이 더 늘어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어린 학생들에게 우리는 꿈조차 꿀 수 없도록 다그치고 있다. 유치원에서부터 부는 영어 광풍에, 학교생활 내내 시험지 점수 경쟁에 쫓기는 아이들이 어느 틈에 별을 보며 우주를 꿈꿀 수 있겠는가. 전력비상이라고 떠드느니 차라리 아이들에게 별을 보여줄 등화관제라도 실시하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유신시절 등화관제의 추억은 악몽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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