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의 진정한 우군은?
박근혜 당선인의 진정한 우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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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보수언론들이 당선되자마자 일제히 ‘공약은 잊으라’고 주문한다. 원칙과 신뢰의 이미지와 공약은 표를 얻기 위한 대중 눈속임으로 충분했다는 의미가 고스란히 읽힌다. 취임도 하기 전에 만난 복병이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선거기간 중 한 약속을 지키려면 누가 진정한 우군일지 스스로 판단해 봐야 할 듯하다. 물론 선택은 본인의 몫이니 어찌 행동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당선 통지서를 받자마자 공약부터 내팽개치라는 지원군들의 성화는 실상 박 당선자의 지지기반인 보수 집단의 공통된 인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떠오른 이슈로 복지 공약 실천을 위한 재정확충 방안이다. 소위 ‘박근혜 예산’을 위해 적자재정 편성과 국채발행이 필요하다는 게 새누리당 입장인데 보수언론들이 앞장서서 공약보다는 재정건전성이 더 중요하다고 목청을 높인다.

물론 재정건전성,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세상만사 ‘절대’란 없다. 장기적인 원칙과 임시방편으로서의 변용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그 사회는 경직으로 인한 정체를 겪을 수밖에 없다.

지금 문제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만들고 그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다. 이명박 정부도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적자재정을 편성해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그 방향이 영 잘못되어 지금껏 사회문제를 해소하기보다는 더 심화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출확대를 촉진하는 쪽은 등한시 한 채 경기부양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감세, 그것도 부자감세에 치중했고 고작 지출확대를 한 것이라고는 고용창출효과도 낮은 4대강 사업 등 대형토목사업들을 줄줄이 벌였기 때문이다.

지금 보수집단들은 자꾸 과거회귀의 망령에 사로잡혀 대기업 지원 중심의 경기부양, 부동산 시장 과열화를 통한 경기부양만을 요구하는 듯하다. 이미 30여 년 전부터 방향선회 했어야 마땅한 경제개발 논리를 아직도 여전히 금과옥조로 여기며 사회변화를 가로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보수집단들 중 다수는 복지를 거지 동냥 주는 것쯤으로 여긴다. 복지를 늘리면 빈곤계층이 노동의욕을 상실하고 게으름에 빠진다는 것이다. 또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바로 ‘복지의 과잉’으로 가난뱅이가 됐다는 얘기를 사석에서 거침없이 내뱉곤 한다.

그들은 당장 최소생계조차 해결하기 힘들어 국가사회의 도움이 절실한 빈곤계층을 방치하고도 그들이 오매불망 바라 마지않는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어 보인다. 또 복지가 생산적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사실에도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생각에 확신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 기저에는 그들이 즐겨보는 보수언론이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그들은 유럽 국가들이 IMF가 요구하는 재정건전성 기준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재정긴축을 한 결과 경기가 위축되고 실업자가 늘어났다는 사실은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단지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자신들의 재산가치가 떨어진 것에 분노하고 빈곤층과의 거리가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는 것에 불안해 할 뿐이다.

박근혜 당선자가 앞으로 약속을 지키든 혹은 지지기반의 욕망에 휩쓸리든 어떤 선택을 해 나갈지는 모르나 적어도 복지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세계 10위권이라고 자랑하는 한국이 그 자부심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현재보다 복지를 늘려가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자면 복지예산 확충은 불가피하다. 필요하면 일시적인 적자재정도 감수해야 한다.

선거기간 중 ‘인위적 증세’에 반대했던 당선자가 그동안 한마디도 없던 ‘국채발행’을 꺼내든 것은 선거 승리를 위한 '트릭'이었음이 분명해 보이지만 어떻든 빈곤층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으로 인정해 줄만하다. 여전히 부자증세에는 부정적인 것이 혹시 이명박 정부와 마찬가지로 ‘야당이 제안한 것 혹은 추진하던 것’이어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라면 또 모르겠다.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지켜가고 싶다면 이 시점에서 친절로 위장한 그동안의 우군들이 보내는 유혹에 넘어가는 대신 비슷한 공약을 걸고 경쟁했던 야당의 공약 실천 방안에서 해법을 찾는 것이 답이 아닐까 싶다. '고집 센 당나귀'가 될 것인가, 아니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실리를 챙길 것인가. 그럴 때 야당의 협조를 더 쉽게 끌어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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