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전력난
기후변화와 전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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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추위는 유난히 혹독하다. 노숙자가 추위에 얼어 죽는 비참한 사건이 이미 우리 곁에서 벌어져 정치권에서 아직도 타령중인 복지 논쟁이 무색하다.

그런데 이런 혹독한 날씨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지구적으로 극심한 기후변화가 나타나면서 올 겨울 북반구에는 유례없는 혹독한 추위가 닥쳐 이미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그것도 어지간한 추위에는 내성이 생겼을 법한 러시아에서만 170명이 목숨을 잃었고 우크라이나에서도 80명 이상이 숨졌다고 한다. 시베리아는 이번 겨울에 영하 60도까지 떨어졌다니 영하 10도에 바짝 웅크린 우리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열사의 땅으로 불리는 중동지역에서도 20년만에 최악의 겨울폭풍이 닥쳐며 폭우와 폭설, 우박까지 쏟아 붓고 있는가 하면 9일 동안 계속된 한파로 인도 뉴델리에서만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남반구에서는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과 지독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호주에서는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나 최대인구가 사는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경우 무려 126건의 산불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브라질에서는 저수지 바닥이 드러나고 물고기가 말라죽는 30년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아예 호주기상청에서는 기상예보지도를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최고 섭씨 50도까지 색깔별로 표시되던 기후지도를 54도까지 표시하기 위해서 색깔을 좀 더 다양화했다는 것이다. 여러 지역에서 50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 세계가 정신을 차리기 힘들만큼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기후로 인해 에너지 수요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여름에 이미 한차례 전력 비상사태를 맞았고 올 겨울 들어서면서부터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런 걱정 끝에 정부는 전국적인 정전대비위기대응훈련을 실시했고 결과는 놀라웠다. 단 20분간의 정전대비위기대응훈련으로 전력사용량이 733만kw나 절감됐다고 한다. 예비전력률 10%를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늘 이런 훈련만 하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평소의 정확한 전력수요예측에 따른 관리가 절실하다. 그래도 근래 들어 기상청 예보와 연계한 전력수요예측에 나섰다는 소식도 들리니 다행이다.

부족한 전력사정을 빙자해 원자력발전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고 한전도 그 틈에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이 서민들로서는 씁쓸하지만 인류가 현재와 같이 마냥 에너지를 소비할 수는 없다. 현재의 인류는 이미 너무 많은 지구의 자원들을 과소비해왔다.

한적하던 시골 동네에 관광 숙박시설들이 갑자기 들어서면서 그 지역에 가뭄이 잦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지하수를 펑펑 써대는 관광 숙박시설들로 인해 농업용수가 말라버린다는 것이다. 지하수는 결코 무한수량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는 구체적 사례다.

마찬가지다. 현재의 인류가 마구 소비하고 있는 에너지 중에는 후손들의 몫을 미리 당겨쓰는 부분이 많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당장의 편함만을 위해 거리낌 없이 에너지 낭비를 하고 있는 우리는 후손들에게 큰 빚을 지는 것이다.

단순히 절약만 문제가 아니다. 있는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더 중요하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에서 개인과 산업체 전기요금 격차를 다소 줄인다는 것도 배분 문제에 대한 하나의 대응이 되겠지만 그 못지않게 천편일률적인 삶의 방식을 다양화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가 전력수요 성수기에 시 공무원들의 점심시간을 한 시간 앞당겨 피크타임대 전력 절감을 꾀한다는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그런가하면 기업에만 주던 전력보조금을 비슷한 방식으로 아파트에 기후변화 전력사용 탄력제를 운영하는 충남의 방안도 산뜻하다. 아파트가 많은 9개 시군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이 제도는 감축목표를 달성한 아파트에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이어서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의 추상적인 정책 이슈들에 비하면 매우 작고 소박하지만 분명한 실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지자체의 노력이 더욱 신선하다. 이런 아이디어들이 더 여러 곳에서 속속 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정부가 맡아야 할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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