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와 스캔들 사이
로맨스와 스캔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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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당선자와 여야 대표들이 북핵문제의 해법을 찾고자 만났다는 소식에 메이저 언론들의 각종 아름다운 찬사가 난무한다. 갈등과 화해의 모습을 함께 보고 싶은 국민들에게 그간 갈등의 모습만 보여주던 여와 야가 모처럼 뜻을 함께해 자리를 만든 정치권에 박수를 치는 것이야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 박수치는 언론이 지향하는 바가 사뭇 의심스러운 구석이 보인다는 점에서 떨떠름한 뒷맛을 남긴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시절, 한나라당 위원들 중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특히 앞장서서 엄격한 기준 적용을 강력히 주장하던 국회 청문회. 그 국회 청문회에 대한 박근혜 당선자의 불만 섞인 한마디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청문회 문제론으로 도배를 한 메이저 언론.

그 언론이 이번에는 민주당의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4자 회담을 타진하자 즉각 박근혜 당선자가 언론을 통해 현직 대통령은 뺀 3자 회담을 요청하고 나선데 대해 민주당은 그것도 좋다고 받고 나서자 찬사를 보낸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자주 보고 싶다는 데 그 자주 보고 싶은 모습이란 것이 여당이 주창하고 야당은 얌전히 따르는 모습을 뜻하는 듯이 보인다는 데 문제가 있다.

박 당선자의 입장에 서서 보도하는 태도를 집권도 하기 전에 비판부터 하지 않겠다는 발상의 소치라고 한다면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어째 요즘 메이저 언론들의 보도 양태를 보면 앞으로 5년 내내 용비어천가를 부르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의 집권 초기를 떠올려 보면 처음부터 기선을 잡겠다고 서슬 퍼렇던 메이저 언론들이 지금 보이는 양태가 결코 당선 직후여서만은 아닐 것이라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자가 제왕적 대통령 안하겠다는 공약을 지킬 의지가 있건 없건 이미 그를 둘러싼 보수 언론들이 앞장서서 그에게 제왕적 대통령이 되라고 권하는 꼴이다. 물론 보수 언론이 안내하는 대로 따르라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실상 자칭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총리 인선자라는 김용준 국무총리 인선자가 국회 청문회 자리에 서기도 전에 각종 의혹에 밀려 자진사퇴한 것을 두고 청문회의 과도한 신상 털기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인선 초기에 김용준 인선자에 대해 제대로 입도 뻥긋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민주당은 김용준씨 인선 초기에 상당한 호의를 보이며 단지 그의 행정 경험 부족에 따른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져보겠다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곧 이어 언론 매체마다 화려하게 까발려진 그의 땅투기 등 각종 의혹들로 그간의 이미지가 상당히 훼손됐다. 그런 의혹들 중에는 물론 가족들에게 참으로 모질게 비수를 꽂는 내용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마저도 어디까지나 언론에서 들춰내고 쑤셔댄 것이지 정치권이 먼저 찾아낸 사실은 없었다.

그처럼 야당을 앞질러 스스로 북치고 나팔 불던 언론이 김용준 인선자가 스스로 물러나고 그에 대해 박 당선자가 한마디 했다고 갑자기 하지도 않은 청문회의 신상 털기를 비판하는 것은 정말 수준 낮은 코미디다.

김용준 인선자에 앞서 더 여론을 격동시켰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내정자는 그의 역사인식이나 법해석 문제에 대한 야당의 강력한 비판 못잖게 국민들의 공분을 산 공금 사용 방식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있었으니 국회 청문회 방식을 문제 삼을 사안이 아니다. 더욱이 박 당선자의 동의가 있었다고는 할지라도 어디까지나 현직 대통령이 직접 선발한 인물에 대해 현 청와대와 일정 정도 거리두기를 해온 박 당선자가 그렇게 불쾌감을 드러낼 사안도 아닐 성싶다.

그러니 스스로 야당에 있을 때는 더 강력한 청문회를 말하던 박 당선자가 이제 와서 청문회의 신상 털기를 운운하는 것도 논리적이지 않다. 이동흡 내정자를 제외하곤 국회를 향해 그런 말을 할 계기도 없으니 그렇다면 결국 이동흡 내정자를 옹호한다는 뜻인지 의아하다.

청문회의 검증이 진행되면서 향후 공직사회에서 성공하고 싶은 이들이 몸조심을 하게 됐고 그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발전인데 이제 와서 사람 찾기 어려우니 후퇴하자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보다는 임명권자가 사전 검증을 더 철저히 할 생각을 먼저 하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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