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 큰 '내일'을 꿈꾸고 있나
우리는 더 큰 '내일'을 꿈꾸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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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우리를 위하여’라거나 ‘더 큰 내일을 향해’라는 수사가 두어 개 광고 카피로 등장했었다. 적어도 그런 광고 카피가 등장했다는 것은 우리 속에 그런 열망이 내재돼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수 소비자들의 잠재의식을 일깨우는 효과를 노리고 나왔을 테니까.

그런데 지금 남북관계를 보고, 그 현실을 소화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과연 우리가 그런 꿈을 꾸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코앞의 일을 단지 그 일 하나로만 보고 덤빈다. 일부 언론은 그런 정부를 더 부추긴다. 그런 정부와 언론을 보며 많은 국민들은 그들의 추동에 함께 춤춘다.
 
설사 어떤 정부가 먼 미래를 보고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다 드러내 설명할 수도 없다. 주변국들과의 복잡한 관계로 인해 의도를 감춰두고 행동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정부의 행동을 언론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외면한다. 실은 이해하지 못한다기보다는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게 정답일 테지만.
 
요즘 또다시 일부 극우 세력과 언론이 손잡고 춤추는 모습을 보며 무한 반복되는 고장 난 레코드판이 돌아가는 왜소한 우리 역사에 한숨을 쉬게 된다. 지금 북핵 문제 하나로 온 나라가 들끓고 한쪽에서는 우리도 하루빨리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그들은 그렇게 하면 우리가 강국이 될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려 애쓰는 듯하다.
 
쪼개지고 또 쪼개지며 작아진 땅에서 갈라진 민족끼리 핵전쟁이라도 벌이자는 것인가. 물론 북에서 먼저 핵실험을 거푸 하니 신경이 곤두서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권리까지 주장하니 몹시 불안하다. 어떤 경우가 됐든 한반도의 평화에 보탬 될 건더기가 없는 일이다.
 
미국과 직접 맞짱 뜨겠다고 큰소리는 쳤지만 실상 미국의 인정을 받고 싶고 미국의 평화보장을 받아내고 싶어 하는 북한이다. 어찌 보면 사랑하는 법도, 사랑 받는 법도 서투른 아이가 괜히 심통 부리듯 하는 모습이 미국을 짝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손에 든 것 내려놓지 않으면 안 사귀겠다는 미국에 거푸 떼를 쓰다가 국제사회에서 왕따를 당하게 됐다. 이제 정말 미국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는 살아날 길이 없는 데 손에 든 것을 내려 놓으면 정말 같이 놀아줄지 미덥지 못하다. 그럼 어떻게 할까.
 
정말 죽기 살기로 로켓을 개발하고 핵무기를 갖고자 몸부림 친 북한이 이미 ICBM을 이미 개발했느니 마느니 하는 판이니 미친 척하고 미국 본토에 ICBM 한방 날리는 날이면 미국이 손 놓고 있을 리도 없고 결국 한반도에서 전쟁 터지는 것은 분명해질 터다.
 
마지막 미련이 남아 미국을 직접 치지 못한다면 그 땐 옆에 있던 애먼 애들이 희생양이 된다. 우리가 될까, 일본이 될까. 그건 북한 입장에서 미국을 직접 친 것보다 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공식적인 비핵 국가에 핵무기를 사용했다면 세계인의 공적이 되니 이제까지의 왕따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의 보복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여유있게 성장해온 일본이 북핵을 빌미삼은 핵무장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가뜩이나 재무장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린 일본의 우익세력에겐 호기인 셈이다. 그리고 동아시아는 현재 다각도로 벌어지고 있는 영토분쟁의 양상이 보다 엄중해질 수도 있다.
 
물론 일본마저 핵무장에 나선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그 대열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그때는 미국이 뭐라 하든 말든 스스로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대비로서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될 테니까.
그런 상황이 됐을 때 우리에게 더는 통일의 꿈도 사라지고 지금보다 더 큰 미래를 꿈꾸기도 어려운 처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과 북은 지금보다 더 팽팽한 긴장관계로 나아가고 중국과 일본의 동향에 훨씬 더 촉각을 곤두세우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당장 그런 상황까지 시나리오를 쓸 단계는 아니지만 길을 갈 때는 그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이 단계에서 우리가 숨 한번 고르며 침착하게 꺼내들 최적의 패는 극적 반전의 수를 내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작은 한반도가 둘로 갈라져 있으면서 커지고 싶고 강해지고 싶다면 뭘 해야 할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퍼주기’를 비난했던 자들이 북한을 점점 더 중국에 의존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복기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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