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3각 경기로 풀어가기
2인 3각 경기로 풀어가기
  • 홍승희
  • 승인 2005.07.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북간 경제교류라 하면 개성공단 사업만 떠올리기 쉽지만 올해 들어 남북한간 오간 물동량의 증가 추세 또한 만만치 않다.

선박운항 횟수로만 2005년 상반기에 편도 기준 1970회에 이르러 지난해 같은 기간의 937회에 비해 2배 이상 늘었고 물동량은 237만 톤으로 6배에 달한다.

물론 이 가운데는 올 해 들어 북으로부터 반입되고 있는 건축용 모래가 202만 톤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모래를 제외하고도 남북간 경제교류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선박의 운항 회수는 모래운반선을 제외하고도 34.4%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물동량은 4.3% 증가에 그쳐 올 들어 6자회담을 둘러싸고 소강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 해도 대북 지원물량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상태에서 이만한 증가폭은 그리 만만한 수준은 아니다.

더욱이 상반기 중 실행되지 못한 대북지원 물량들이 소화될 경우 이런 수치는 크게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교류가 시작되기 전에도 학교 교육을 통해 남북한이 통일되면 북한의 자원과 남한의 인력을 결합, 부강한 국가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가르쳐 왔다.

비록 본격적인 지하자원 교류는 아니라도 북한산 모래가 남한의 건축현장에 두루 투입되는 것을 보면 향후 관계 진척 정도에 따라 남북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나갈 수 있을지 기대를 갖게 한다.

일단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북·미간에 서로 마음을 연 접촉이 이루어지고 교착상태에 빠졌던 6자회담이 순항하게 될 것으로 보여 우리 입장에서도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남북간 경제교류 확대에 힘을 쏟을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최근 일련의 과정을 통해 북한도 향후 국제사회 진출을 위한 남한의 역할에 대해 긍정적 기대를 갖게 된 듯하고 경제난 돌파의 최상의 파트너는 역시 남한 정부라는 인식을 갖게 될 공산이 커졌다.

물론 남북간 관계가 두 당사자만의 의지로 풀리기는 어려울 터이고 그런 만큼 낙관적 전망만 내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이다.

남북 교류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서는 종종 전략물자 공급과 관련한 미국의 태클을 받게 될 것이고 중요한 고비마다 이를 어떻게 설득해 나가느냐가 일의 난이도를 조율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여러 예상되는 난관은 결국 남과 북이 2인3각 경기의 지혜로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남과 북의 밀접한 관계가 형성되면 서로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일방적인 위협 요소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더 이상 한반도의 위험성이 한국 경제의 국제 신인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민족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주변국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 못지 않게 남과 북이 서로의 의존도를 높여 나가는 방향으로 관계를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자면 물론 경제적으로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으로나 앞서 있는 남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그만큼의 지원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이 문제에 목전의 이해를 따지는 소상인의 장사수완을 발휘할 것인지, 멀리 보고 다소 내버리듯 대가를 무시한 투자를 우선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순전히 남한 사회 내부의 동의여부에 달려있다.

달리 말하면 아직은 적대감과 의구심이 완전히 사라지지 못한 남한 사회가 과연 얼마나 빨리 그런 부정적 정서를 극복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실상 잔인한 전쟁을 경험한 세대들에게 그 경험을 극복하고 대범한 화해의 악수를 나누라는 요구는 다소 무리일 수 있다.

아무리 현실적 필요가 크다 해도 상처의 깊이를 상쇄시키기가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 사회는 변화하고 있다. 전쟁 경험 세대들은 이미 우리 사회의 소수가 되었고 고령화되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교과서로만 적대감을 익혀온 세대들은 6.15 공동선언 이후 쉽사리 그 부정적 정서를 극복해낸 듯 보인다.

특히 경제성장의 과실을 먹고 자란 젊은 세대들은 자신감에 차있고 국제사회에서의 우리의 역할에 대해서도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인도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반전평화 연대활동이나 각종 구호활동 등에 나서는 젊은이들도 늘었다.

패배주의를 용인할 수 없는 이들 세대의 자신감이 곧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폐쇄적이기만 하던 북한 사회에도 새로운 바람을 전해 줄 것이다. 그 때에 우리 민족에게는 진정으로 큰 희망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