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부동산대책 및 후속 입법 유감
4.1 부동산대책 및 후속 입법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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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혜택이야말로 봄비가 내리듯,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듯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공평하고자 해서 만드는 법이 종종 실질적인 불평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지난 4.1 부동산대책 후속 입법도 그런 경우가 되어버렸다.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대책도 또다시 부동산 투기열풍이 불지나 않을까 조심스러웠지만 이를 입법화하기 위한 국회의 논의과정에서 더욱 조심스러워지다보니 엉뚱하게 피해를 보는 지역이 생겨버린 것이다.

당장 필자가 사는 동네는 이름만 서울특별시일 뿐 아파트 가격은 주변 신도시 수준에도 못 미치는 곳이다. 80년대부터 개발이 시작돼 90년대까지 사실상 개발이 완료된 지역이다 보니 이제는 고층 아파트들이 숲을 이루었으나 평당 가격이 1천만 원 전후인 노후된 아파트가 즐비하다.

이 지역에서도 그나마 강북의 교육특구라는 그럴싸한 주거 메리트를 내세운 덕인지 학원 밀집지역 한복판에 있는 아파트들은 평당 1천5백만~1천7백만 원 수준을 유지한다지만 강남의 같은 평수 아파트 전세가격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부동산 입법 대상에 들 수 없는 아파트들 또한 즐비하다. 작게는 요즘 서울시내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13평 소형 임대 아파트부터 크게는 60평대에 이르는 대형 평수 아파트까지 고루 섞여있지만 역시 주류는 32평형이다.
 
그 중에서 고르면 3억5천만 원 정도에 32평형 아파트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아직은 그 가격으로 내놓고도 매도를 못하는 집주인들이 많으니까. 건설된 지 20여년 된 오래된 단지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입법 내용에 따르면 평수 제한에 걸려서 양도소득세 혜택에서도 제외되고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지원도 받을 수 없다. 결국 이번 부동산 대책의 주된 수혜 대상자는 그간 부동산 투기과열지구로 몰려갔던 이들이 될 수밖에 없다. 아파트 가격이 비싼 지역에만 하우스푸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 텐데 이 지역민들은 이래저래 소외감이 더 커지게 생겼다.
 
결국 부동산 대책이 종전 투기과열지구에 주로 혜택을 줌으로써 그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면 똑같이 집 한 채 지닌 가정들 사이에 지역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정부 대책과 국회 입법이 가능한 이유가 아무래도 관련 공무원과 정치인들의 사는 집과 관련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변두리에 집 사서 사는 이들이 없어서 설마 서울시내에 평당 1천만원을 겨우 넘는 아파트들이 있다고는 생각을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부동산 거래 끊긴 곳이 서울만 있는 것도 아닐 터인데 설마 이번 대책 및 후속 입법이 서울만 겨냥해서 나온 것인가 의아하다. 혹시 불경기가 닥칠 때마다 대기업이 활성화되면 뒤따라 중소기업으로도 그 혜택이 돌아간다던 그 발상으로 고가 아파트 지역의 거래를 활성화시켜 그 혜택이 가난한 동네로까지 가기를 기대한다는 것인가 의심이 든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돈 있는 이들도 아직은 탐색만 할 뿐 집을 살 생각은 별로 안한다는 소리들을 듣는다. 한 친구의 얘기인즉 지방에 살던 딸이 서울로 오면서 8억원에 아파트 전세를 구했다기에 그 돈이면 그냥 사지 그러느냐고 물었단다. 그랬더니 딸이 하는 얘기가 팔고 싶을 때 팔린다는 보장이 없어서 귀찮다며 전세가 편하다고 하더란다.
 
이쯤 되면 대다수 젊은 세대는 집을 살 돈이 없어서 사려해도 살 수가 없지만 돈이 있는 이들도 ‘거주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하는 ‘내 집’에 대한 집착이 줄어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물론 부동산이 다시 재테크 수단으로 유용하다고 판단될 시점이 다시 온다면 그들이 앞장서서 달려들 것이다.
정책을 입안하고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관련 공무원들이든 정치인들이든 바쁜 공무 잠시 접어두고 한가하게 주변 지인들과 차 한 잔이라도 나누면서 한담을 좀 나눠보라고 권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정책의 베이스가 될 시장조사를 발로 뛰며 하는 이들이 아예 없지 않고서야 이런 입법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모습을 보일 까닭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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