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돌이표 사회를 보는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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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출범한 정권이다. 그러나 소리는 요란하지만 결국은 강경 일변도로 나가는 남북관계에 경제 분야에서는 기업집단들의 요구가 하나 둘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는 조짐이다.

과거와 달라지려 노력은 하겠지만 집권 초반 흔들리는 공약사항들을 보면 머잖아 실패의 반복을 예상해볼 수 있지 않은가 우려가 절로 든다.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이 그 인물 그대로인데 무슨 변화를 기대하는 자체가 터무니없는 망상이었던가 싶을 지경이다.
 
불황타개책은 결국 부동산경기에서 찾는 듯하다. 하우스푸어 대책인가 싶더니 건설경기 활성화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신규분양아파트에도 금융규제를 풀어주자 하는 게 빚에 짓눌린 주택소유자들에게 벗어날 길을 찾아주는 것과 무슨 상관인지 아리송하다.
 
게다가 개성공단 문제가 터지면서 한동안 잊고 있던 극우인사들이 대중매체를 휩쓸고 다닌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향해 애당초 왜 거기 들어갔느냐고 비난하는 인물도 종편을 통해 목청을 높인다. 박근혜 정부를 위한 MB 정부의 대단한 선물이다.
 
당장의 남북관계를 꼬이게 만든 계기는 물론 북한에서 먼저 만든 게 분명하다. 그러니 현재 남북관계 경색의 일차적 책임은 북한에 있다. 다만 우리도 저들과 똑같이 행동하자 하면 남과 북은 영원히 풀릴 수 없는 적대감으로 계속 불안감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왜 우리만 양보하느냐고 투정부리기 시작하면 미래의 전망은 없다. 그 끔찍한 자식 사랑의 열정을 이 나라, 이 민족의 미래로 확대해 볼 수는 없는지 답답하다.
 
왜 통일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 이들이 꼭 젊은이들만도 아닌 현실이지만 동북아의 현재 정세를 보더라도 그게 얼마나 철없는 소리인지 알 수 있지 않은가. 남과 북이 통일을 하고도 팽창주의 야욕을 감추지 않는 주변국들에 비하면 인구로 보나 영토로 보나 또 총체적 경제규모로 보나 약하기 그지없는 한민족이다.
 
이 작은 나라가 좀 먹고 살만해졌다고 갑자기 대국들과 맞장 뜰 처지에 이른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저 현재의 처지에서라도 우리가 문제를 풀어 가는데 조금 더 주체적 역할을 하자고 노력할 수나 있을 뿐. 그런데 그마저도 답답한 소리들이나 늘어놓는 이들에게 맡겨져서야 가능하기는 할지 막막하다.
 
아직 전망조차 보이지 않는 통일 얘기까지 진전시키는 일은 일단 접어두고 당장의 문제부터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지 싶다. 개성공단 문제만 생각해봐도 남과 북이 서로 ‘나보다 네가 손해’라고 우기지만 서로 그렇게 팽팽히 맞서봐야 결과는 서로 손해라는 것이다. 그러니 내 손해를 먼저 생각해보자.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북한이 일방적인 손해를 보는 것처럼 떠들던 목소리는 요즘 다소 잦아들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싶다. 그러나 설마 북한이 정말 그렇게 손해나는 결정을 내리겠느냐고 묻는 이들도 상황을 너무 낙관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개성공단의 현재 입주기업 자산을 중국기업이 직접 관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개성을 방문해서 보았던 개성공단 전체 규모에서 남한기업이 실제로 입주해 점유한 면적은 극히 일부분이었다. 남북관계가 계속 경색국면으로 치달으면서 더 이상 입주가 불가능해져 조성된 그 땅은 그대로 놀고 있다. 그렇게 조성된 공단 토지를 북한이 활용한다 해도 우리가 뭐라 말하기는 힘든 상황일 것이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중국 기업들은 북`중 관계에 기대 북한내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중국도 급등하는 인건비 때문에 고민이 많다지 않는가. 이미 굵직한 경제파트너가 된 중국에 더 기울며 남`북 관계를 뒤로 미룰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통일의 길은 더 멀어져갈 것이라는 점이다. 주체성을 역설해온 북한의 주체성도 손상을 입겠지만 미래의 역사에서 북한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이 사라져가는 것도 분명해질 것이다.
 
70년 가까이 분단됐던 남과 북, 그것도 끔찍한 전쟁을 치르며 적대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던 관계인만큼 그 얽힌 실타래를 풀기는 당연히 어렵다. 얼마나 많은 인내가 필요한 문제인지 생각지도 않고 긴장 사태가 날 때마다 적대감 키워서는 남이든 북이든 우리 민족에게 미래는 없어질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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