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을 잃고 나면
개성공단을 잃고 나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성공단 사태를 계기로 남과 북이 경색된 틈에 일본의 정부 인사가 북한을 방문했다. 현재 공식적으로 나오는 관측은 납북 일본인 송환 문제를 다룰 것이라는 정도다. 과연 그럴까.

북한의 핵개발 문제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북한에 주변국들과의 협의도 없이 단지 그런 주제 하나로 불쑥 정부 인사를 보냈다고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한 시각이 아닌가 싶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북한의 남포공단을 주목해왔다. 북일수교가 이루어질 경우 예상되는 대일청구권자금 100억 달러가 남포공단으로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환율전쟁을 일으키면서까지 새로이 경제부흥을 이끌겠다는 아베정권에게 있어서 개성공단에서 숙련된 북한의 값싼 노동력은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바탕이 될 수 있다. 중국 시장을 앞에 두고 있는 입지도 매력적이다. 현재 진행되는 남북관계를 봐서는 북한도 개성공단 이후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이고 그 틈을 일본이 파고드는 것일 가능성도 간과해서는 안 될 터다.

그런데다 현재까지 남과 북이 주고받는 공개적 언사들을 보면 개성공단은 이미 끝내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까지 남과 북이 서너 차례 핑퐁을 하고 있지만 이처럼 오가는 공이 어느 순간 툭 떨어지고 나면 남과 북 사이에 과연 어떤 끈이 남아있을까.

이미 금강산의 국내 기업 자산이 날아갔고 진즉에 남포공단에서도 국내기업이 떨어져 나온 마당이다. 이제 개성공단까지 잃고 나면 남과 북 사이에 경제적 연결고리는 거의 사라지는 셈이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관리 가능한 국내 기업은 사실상 남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지금 어떤 표현을 쓰든 근본적으로 현재의 상황을 돌파해 부국강병을 향해 나아가려 애쓰고 있다. 그 때문에 남한 정부는 더 긴장하는 것일 테지만 어느 국가든 부국강병을 추구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문제는 방점이 부국에 찍혀있는지 혹은 강병에 찍혀있는지의 차이만 있을 뿐.

그러니 지금 우리가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려면 그들에게 강병을 포기하라고 해봤자 소용이 없다. 부국으로 가기 위해 강병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북한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남한에서는 보수세력들을 중심으로 ‘개성공단 까짓것 포기하자’는 분위기도 있지만 개성공단을 포기하고 나면 단지 공단 하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최소한 정부 당국에서만은 제대로 봐야 한다.

중국의 대자본이 지배하는 신의주 경제특구, 역시 중국 자본들을 중심으로 개발이 확대될 가능성도 보이는 나진 선봉지구도 있어 중국이 북한 관리 차원에서 핵무기 개발 억제를 위한 유엔 결의에 공조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결코 북한과의 끈을 놓치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을 발판으로 북한 경제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더 크다.

중국과 일본 자본이 경제회생을 꿈꾸는 북한 경제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동안 우리는 구경만 하는 꼴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개성공단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 뿐인가. 개성공단이 들어서기 전 그 자리는 북한의 군 주둔지였다지 않는가. 군대를 뒤로 물리면서까지 공을 들인 개성공단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부터 더 이상 확대되지 못함으로써 북한 정권의 군부에 대한 입장이 매우 난처해졌을 것은 분명하다.

지금 우리가 개성문제를 풀려면 단순히 계산기나 두드리는 좀스러운 대응을 할 게 아니라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그동안 참여정부에서 약속했던 개성공단 확대 방안을 제시한다면 북한도 지금과 같은 반응에서 한 발 나아갈 돌파구를 마련하고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남포로 진출하려는 일본을 견제할 카드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의 중국 의존도 확대에도 일정한 제동을 걸 수 있다.

지금 북한에 있어서 경제적으로는 남한이 가장 큰 파트너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가장 큰 파트너인 중국의 기업들이 더 값싼 인건비를 보고 북한의 문을 계속 두드리고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