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의 횡포+비자금+조세피난 논란…재계 '초긴장'
甲의 횡포+비자금+조세피난 논란…재계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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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發 사정 칼날에 전전긍긍…"경영 불안 우려"

[서울파이낸스 임현수기자] 주요 대기업들이 새 정부 들어 처음 진행되는 재벌그룹 수사인 CJ그룹 오너 일가 비자금 의혹 수사가 재계 전반으로 확대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갑의 횡포' 논란에 이어 '조세피난처'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CJ그룹 비자금 수사 '속도'

2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이 회장이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운용한 정황을 포착,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비자금을 관리하게 하고 이와 별도로 해외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특수목적법인, 위장계열사 등을 동원해 해외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거론되는 비자금 규모만도 50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드러난 비자금 중 일부가 이 회장의 딸과 아들에게 편법 증여하는데 동원되고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과 동생인 이재환 CJ계열사 대표에게 부당지원한 행위를 한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이 확인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편법증여에 따른 국세청의 추가 조사와 함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적용은 물론 총수일가의 부당 내부거래를 단속하는 공정위의 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CJ그룹이 조사받고 있는 비자금 조성와 역외 탈세 혐의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강조한 재벌총수일가의 사익 추구를 위한 불법 행위에 해당하고 역외 탈세 역시 '지하경제 양성화'와 연관된 것이라는 점에서 CJ그룹의 처지는 더욱 난처해졌다.

5년 전인 2008년 CJ그룹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세와 친분이 두터웠던 이재현 회장이 불법로비를 통해 처벌 없이 빠져나갔다는 의혹 역시 다시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22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벌이며 이재현 회장이 전 현직 임원 명의의 차명계좌 500여 개에 3000억 원대 자금을 예치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인 검찰과 국세청의 의지도 더 없이 강경하다. 우선 검찰은 청와대의 정책 기조 부응과 함께 검란(檢亂) 등을 겪으며 추락한 검찰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이번 수사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6개월 간 '개점휴업' 상태였던 검찰로서는 대기업 수사는 호재일 수밖에 없다. 기업의 조세포탈 혐의를 수사하며 검찰이 국세청을 압수 수색하는 것이 극히 이례적인 것을 감안하면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채동욱 검찰총장 또한 인사청문회에서 "대기업 일가와 사회지도층의 탈세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단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고 취임 후에는 "일선청에 공정거래조사부, 금융조세조사부, 반부패수사 전담부서 등의 증설도 검토해야 한다"며 재벌수사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앞서 국세청도 조직과 인력을 재정비하고 대기업의 역외탈세 조사에 이미 착수한 상태였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새 정부 주요 국정 목표 중 하나인 동시에 국세청의 4대 중점과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세청은 대대적인 역외탈세 색출 작업에 나서며 미국, 영국, 호주 등과 공동조사를 통해 확보한 역외탈세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거래하는 한국인 대자산가와 법인들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조세피난처 논란 '엎친데 덮친격'

여기에 지난 22일 독립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한국인 245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수영 OCI 회장 부부,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조욱래 DSDL(옛 동성개발) 회장과 장남 조현강 씨 등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더욱이 뉴스타파는 오는 27일 재계 임원 등이 포함된 2차 명단(재계 인사 20명 포함)을 추가로 발표하는 등 매주 한 두 차례씩 조사결과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재계의 긴장감은 고조되는 상황이다. 여야는 물론 시민단체들은 명단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자료가 공개되면 당연히 들여다 볼 것"이라며 "국세청이 기존에 보유한 자료도 활용해 관련자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뉴스타파가 공개한 재계 인사들에 대해 이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검찰의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며 CJ그룹 다음으로 사정당국의 칼날이 향할 곳이 어디인지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대기업들은 물론 현재 CJ그룹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 중인 서미갤러리와 거래를 했던 기업들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역외탈세와 비자금 조성 의혹이 있는 대기업이 CJ 외에도 3~4곳이 더 있다는 얘기까지 돌면서 재계의 분위기는 더욱 얼어붙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정계 실세들과 가까웠던 기업들은 더욱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다.

한편 최근 '갑의 횡포' 이슈가 산업 전반에서 쏟아지는 상황이라 여론의 분위기도 재계의 편이 아니라는 진단까지 이어지며 재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여론의 흐름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재계에 너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이번 수사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면 기업 경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역외탈세가 워낙 큰 이슈가 된 터라 각 기업마다 내부적으로 해외계좌들의 적법성과 세금부분을 일차적으로 스크린한 것으로 안다"며 "나름 필요한 조치는 취했겠지만 언제 어떤 형태로 불거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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