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와 창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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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장기침체를 단숨에 극복해 갈 듯 했던 아베노믹스의 초반 기세가 단지 시작한지 두 달 만에 주춤한다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급등하던 니케이지수는 급락하고 급등하던 엔화 환율 역시 다시 내려서는 추세라는 것이다. 또한 과도한 양적완화를 기반으로 한 아베노믹스는 결국 재원확보를 위해 필요한 일본의 국채 금리 상승으로 효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한마디로 주가, 환율, 금리 모두가 아베의 의도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대규모 양적 완화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늘면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덕분에 엔저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던 한국 경제에 단기적으로는 청신호가 켜졌다는 소리들도 들려온다.

한편에서는 아베노믹스가 난관에 부딪치면서 일본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까지 예상하면서 그럴 경우 한국도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시각이 많다. 한국 정부도 아베노믹스가 실패해 일본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간주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한국으로서는 주요 경제파트너 중 한 나라이니 그런 걱정을 할 만하다.

지나치게 모험적으로 출발한 아베노믹스가 초반부터 한계를 안고 있었음에도 한국의 성장주의자들 중 일부는 그런 일본의 모험주의를 부러워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를 빌미로 지난 대선의 뜨거운 이슈였던 경제민주화의 유예를 주문하는 소리들도 심심찮게 나왔다.

이제 아베노믹스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또 어떤 논리로 경제민주화의 지체 이유를 들고 나올지 궁금하다. 물론 현재 정부도 경제민주화 의제 앞에서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가 그런 태도를 보일수록 반대론자들에게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아베노믹스의 향후 예상되는 결과에 눈 감고 원하는 결과만을 꿈꾸는 몽상은 아닐까 싶다. 물론 아베노믹스가 어떤 계기로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부메랑을 피하지 못하고 조기 퇴역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아베노믹스의 초반 기세가 이처럼 쉽게 꺾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처음부터 현실의 팩트를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선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혼자만의 몸부림으로 상황을 돌파하기에는 현재의 세계 경제구조가 지나치게 상호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을 것으로 본다. 아베노믹스의 발상 자체가 일본제국주의의 팽창 정책과 매우 흡사했다. 한마디로 주변국들을 궁지로 몰아넣겠다는 야심에 사로잡혀 총알 없는 전쟁을 꿈꾼 것이 아닌가 싶다.

아베의 일본 정부는 지난 5일 ‘세 번째 화살’을 날렸다. 그러나 결과는 ‘총알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 시장 투자자들이나 전문가들 모두가 크게 실망했다. 그에 따른 반응으로 하루 만에 닛케이 평균주가는 3.83%가 빠졌고 달러-엔 환율도 3엔 이상 떨어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날 아베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일본 장기 불황의 근본 원인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하다고 경제전문가들이 지적했던 어려운 경제개혁 결정들을 일본 정부가 피해갔다고 보도했다. 아베 정부의 공언에는 ‘목표’만 있고 실현 방안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성장전략을 통해 GNP를 10년 내에 150만 엔(약 1700만 원) 이상 늘리겠다고 했으나 동시에 비정규직 고용을 용이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앞뒤가 안 맞는다. 홍보 전략에 강한 아베 정부가 내놓은 이런 정책들을 놓고 경제정책이라기보다는 선거 공약에 가깝다고 비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런 아베의 일본 정부와 창조경제론을 내세워 홍보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는 얼마나 다를까. 홍보 능력 면에서는 막상막하로 보인다. 개념조차 모호해 관계자들조차 오락가락하는 창조경제론은 정부가 설명하면 할수록 더 난해해지는 듯하다.

그보다 더 문제는 그 창조경제정책이라는 것이 아베노믹스만큼이나 목표만 있고 실현방안이 안보인다는 것이다. 2001년 영국의 경영 전략가인 존 호킨스가 그의 책 ‘창조경제’를 통해 처음 들고 나온 이 용어를 박근혜대통령이나 그의 선거참모들이 어떤 개념으로 받아들였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입을 여는 이마다 구구각색으로 말하니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갑자기 한국에서 유명인이 된 존 호킨스가 방한해서 한 말 중에 “창의성은 무형적이다. 정부가 이러한 중요성을 모른다면 창조경제는 실패한다.”는 말이 가장 먼저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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