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방과 관광산업
북한 개방과 관광산업
  • 홍승희
  • 승인 2005.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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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의 대북 진출을 돕는 개성공단 사업과는 별개로 현대의 독자적 사업으로서 금강산 관광 개발에 이은 백두산 관광 개발 허가가 나온 것은 북한의 개방정책과 관련해 큰 관심을 모을 만한 일이다.
비록 김윤규 부사장 경질을 둘러싸고 북측과의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고는 있으나 이미 허용한 사업 자체에 큰 차질은 없으리라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의 개방을 경제·문화적으로 지원해야 할 우리 입장에서 이제는 관광산업을 토대로 한 큰 그림을 그려볼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실상 고 정몽헌 회장 사후 현대의 대북사업이 어찌 될 것인지는 세인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대북 경제교류의 물꼬를 트고 특히 관광산업을 축으로 한 북한 개방에 우리측 파트너로 큰 의욕을 보였던 정주영 명예회장의 사후 그 유지를 받들기 위해 골몰하던 정몽헌 회장의 잇단 유고는 대북사업의 큰 축 하나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싶은 우려를 자아내기에 족했다.
현정은 신임 회장은 그런 우려를 일거에 씻어냈다. 경영권 승계 과정의 파란을 겨우 극복해낸 현회장이 금강산에 이은 백두산 관광개발 허가까지 받아낸 것은 북한 개방의 주요 수단으로서 관광개발에 있어서 현대가 독점적 지위를 획득한 것이나 진배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상 그동안 대북 사업을 총지휘해온 김윤규 부사장 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사고방식이나 일 처리 방식에 익숙치 않은 새 경영진의 서투른 대응이 부른 실책이 다소 아쉽기는 하다.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북한을 상대함에 있어서 저들이 신뢰하는 카운터 파트를 변경하는 일에 사전 협의까지는 아니라도 예고와 양해를 구하는 절차 정도는 거쳤더라면 지금같은 삐걱거림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다.
그러나 현대측이 스스로 서툴렀던 대응을 인정하고 사전 양해를 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한다면 지금의 다소 껄끄러운 상태는 쉬이 봉합되리라 본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 지역 관광개발 사업에 큰 문제는 없으리라 본다.
현재 동북아는 그 어느 때보다 관광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선진국들의 경우 GDP의 10.7%에 이르고 인접국들인 중국 10.5%, 일본 8.9%로 관광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 비해 우리는 4%에 머물고 있으며 그동안 폐쇄적으로 지내온 북한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관광산업은 전세계 GDP 대비 2004년 12%, 2008년 2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될 만큼 잠재력이 큰 산업이며 남·북한 모두에게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큰 잠재력을 지닌 시장이기도 하다.
고용 없는 성장의 우려를 안고 있는 남한 사회에서도 그 어떤 업종보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관광산업은 의욕적으로 개발돼야 할 사업이다. 하지만 북한 사회 역시 다른 산업 기반이 거의 붕괴된 상태에서 그나마 투자 대비 효과가 빠르고 큰 관광산업에 큰 기대를 걸 만하다.
우리 기업들에게는 북한 관광개발이 눈앞의 경제적 효과보다 장기적으로 북한의 개방을 지원함으로써 신뢰 구축을 통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시장 확보의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산업만큼 한 사회를 외부에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업도 드물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사회에서 관광산업은 각종 인프라를 요구한다. 남한 사회만 해도 아직 관광 인프라가 한참 뒤처진 상태다. 하물며 장기간의 고립에 더해 사실상의 산업기반 붕괴까지 경험한 북한의 경우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인프라를 새로 구축해야 할 상태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남한 기업들에게는 북한 관광개발 사업이 더 큰 부가가치를 기대할만한 사업이기도 하다. 남한 기업들이 인프라 단계에서부터 독점적 사업을 펼치는 동안 북한은 당장 눈에 띄는 경제적 효과라야 낮은 수준의 고용 인력 임금과 소정의 수익분배금이 전부일 것이다.
그러나 관광사업에 고용된 주민들 입장에서는 북한 사회의 본격적 개방에 앞서 남들보다 먼저 개방사회를 경험하고 시장경제를 훈련하는 소중한 기회다. 이는 곧 개방된 북한 사회의 중요한 인적 자원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업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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