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라이더 범람 사회
프리라이더 범람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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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에 등장한 관심 주제어 중 하나가 프리라이더(free rider)인 듯하다. 무임 승객, 비조합원 혹은 불로소득자를 일컫는 이 말이 새삼 우리 사회를 규정하는 하나의 사회적 언어로 등장한 배경에 궁금증이 인다.

조세정의와 관련해서는 아예 ‘프리라이더’라는 책이 발행됐다. 불로소득자들로 인해 대다수 납세자들이 어떻게 피해를 보고 있는지를 파헤친 책이어서인지 인터넷상에 관련 글들이 적잖다. 한국사회에서 불로소득자 문제가 하루이틀된 것도 아닌데 왜 지금인가 싶다.

그런데 얹혀사는 공짜 인생들이 어느 한 분야에서만 나타나는 것과 요즘처럼 사회 전반에서 횡행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대학이며 기업들이 21세기 들어서면서 새로운 소통형 수평문화 형태로 팀플레이, 팀 프로젝트(일명 팀플)를 중시하기 시작하자 이런 새로운 조직형태 속에서 ‘나 홀로’ 공짜를 즐기려는 이들로 인한 피해가 꽤 심각하다는 소리들이 터져 나온다.

아마도 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해서 평가하는 이들이 그 성과를 모든 팀원들에게 동등하게 적용하는데서 이런 프리라이더들이 양산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일수록 개개인의 능력과 성실성, 책임감이 두드러지는데 이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음으로써 ‘내가 안 해도 누군가가 하겠지’라는 생각에 무관심한 팀원들이 발생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국내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닌 모양이다. 한국 학생들이 많은 외국 대학에서 팀 프로젝트를 하는 데 낀 한국 학생들이 제대로 참여하지 않아 골머리를 앓는다는 얘기를 유학 중인 조카로부터 들은 적도 있다.

어려서부터 함께 하는 일에 경험이 별로 없고 또 독불장군처럼 저 혼자 잘난 체를 해도 특별히 불이익을 받은 적이 없는 아이들이 외국에 나가 공부하는 데서도 그런 행태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국내에서는 초`중`고교를 마칠 때까지 토의하고 협동하는 일보다는 경쟁하는 법만 배운 아이들이다보니 그런 행태가 어쩌면 자연스러운지도 모른다.

그 뿐인가. 부모덕 보는 것을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공짜로 인식하고 자란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이 해외에 나가고 사회에 나간다고 갑자기 변할 리가 없다.

원래 공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많은 이들이 공짜로 얻어지는 것들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 공짜가 보너스처럼 한번 횡재하는 수준을 넘어 일상화된 사회는 문제가 있다.

기업의 광고 문구들을 보면 무슨 공짜가 그리 많은지.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공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공짜 너무 좋아하다가 비싼 가격에 비지떡 얻는 꼴을 자주 당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경제적 원칙들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하고 자란다. 부모들의 지갑은 화수분인줄 알고 마냥 의지하며 오히려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무상 지원을 당연시한다. 그러다보니 나이 서른이 넘은 아들이 부자 부모가 주는 용돈이 너무 적다고 부모를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부모로부터 대가없이 주어지는 경제적 혜택을 누리다보니 세상에도 당연히 공짜가 넘치는 줄 안다. 기업들은 그런 심리를 파고들며 ‘공짜’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그런 사회가 프리라이더들을 양산한다.

물론 불로소득으로 호의호식하는 이들, 탈세를 하면서 사회적 혜택은 빠짐없이 누리는 이들이 넘쳐나는 데도 국가사회가 그것을 제대로 제재하지 못하는 것도 프리라이더를 양산하는 원천이 된다.

한국사회는 아직도 ‘아는 이들’에게 베푸는 인정이 넘치는 사회다. 낯선 이들에게는 상당히 냉정하지만 이런저런 인연이 맺어진 이들에게는 잘못이 있어도 눈감아주고 웬만한 부탁은 야박하게 거절하지 못한다. 그렇게 부정을 묵인하니 또 프리라이더들이 양산된다.

인정에 약한 사회 분위기 탓에 지난 외환위기 때는 빚보증에 집안 사돈의 팔촌까지 거덜 나는 사태가 여기저기서 벌어졌다. 그 때까지만 해도 친척은 물론이요 직장 동료들조차 웬만해서는 보증 서달라는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다. 이런 무절제한 인정도 결국 오늘날의 프리라이더들을 양산하는 데 큰 몫을 했다. 그런 무른 인정 탓에 그들 몫의 짐을 성실한 이들끼리 함께 나눠지고 가는 것이다. 이런 우리에게 과연 사회 정의는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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