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 발표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35년 동안 난항을 거듭하다 슬럼화된 서울 세운상가 일대 종로구 세운 재정비촉진지구가 새로운 개발계획 수립에 따라 본격적인 탈바꿈을 시작한다.
종묘에서 남산 사이에 위치한 7개 세운상가 건물을 철거하지 않기로 확정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했던 철거 후 공원조성계획이 전면 수정된 것이다.
◇'도심산업 메카'에서 '창조 문화산업중심지'로
25일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종로구 종로3가 175-4번지 일대 '세운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발표하고 점진적 개발을 통해 이 일대를 창조 문화산업중심지로 변모시키겠다는 복안을 내왔다.
1976년 세운상가, 현대상가 건립을 시작으로 72년까지 청계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 풍전호텔(PJ호텔), 신성상가, 진양상가 등 7개동으로 건립된 세운상가군은 전기·전자 등 도심산업의 메카로 성장한 서울의 명물이다.
이후 강남개발로 고급주거지와 상권이 이동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고 1979년 정비계획이 수립됐다. 이 일대는 1970년 이전에 이어진 건축물 비율이 72%에 달하고, 목조건축물도 54%나 차지하고 있어 화재 등 대규모 재난에 취약하다.
시는 세운지구의 슬럼화를 막기 위해 재정비 촉진지구로 지정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문화재청의 건축물 높이 제한으로 사업이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박원순 시장은 기존 촉진계획으로는 실질적 사업추진이 어려운 점을 감안, 촉진계획 변경을 결정했다.
변경안에 따르면 전면철거 후 공원으로 조성하려던 세운상가군은 주변구역과 분리해 보존키로 했다. 다만 주민 의사에 따라 리모델링 등으로 도심 재정비를 유도할 계획이다. 존치되는 세운상가군은 주민, 전문가, 공공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협의체)'를 통해 구체적인 조성방안을 마련하고, 시는 사업 추진력 확보를 위해 행정지원에 집중할 계획이다.
시는 공원조성비 1조4000억원에 대한 조달부담, 주변구역과 통합개발로 인한 주민갈등 등으로 고려해 세운상가군을 보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초 계획에 담겨있던 남북 녹지축 개념은 유지하는 한편 세운상가군 일대 보행데크 및 건축물 옥상 등을 활용, 입체 녹지로 유도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리모델링 가이드라인, 공공지원 방안 등 구체적 실행계획과 상가군별 추진전략, 사업추진 시기 등에 대해 주민들과의 논의를 거쳐 상가군별 특성을 고려한 활성화 방안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역별 여건 고려한 소규모 분할개발방식으로
이와 함께 세운상가군을 △거주·업무·휴식·문화이벤트 등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도심생활의 활력거점' △IT·생활문화산업 및 도심 서비스산업을 도입한 '도심산업 촉매거점' △입체보행 녹지축 조성을 생태적 네트워크가 이뤄지는 '도심생태 연결거점'으로 육성, 세운상가군이 입체적 복합문화산업공간으로 재생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개발방식을 기존의 일률적 대규모 통합개발방식에서 주요 도로, 옛 길 등 도시조직의 보전 및 구역별 여건을 고려한 소규모 분할개발방식으로 변경키로 했다. 8개 구역(구역당 평균 3만~4만㎡)을 1000~3000㎡의 소규모 구역으로 분할해 점진적 개발을 시도할 계획이다.
현재 재정비촉진지구는 2구역과 3~5구역, 6-1~4구역 등 8개 구역이다. 1구역은 세운초록띠 공원으로 이미 만들어졌다. SH공사가 아파트 등으로 추진하고 있는 4구역에 대해서는 소규모로 분할하지 않고 기부채납비율을 조정해 사업활성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아울러 시는 종묘, 남산, 가로특성 등을 고려해 건축물 높이를 차등 적용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개발 규모, 밀도, 기반시설 부담 등 구역 특성을 고려해 선축물의 최고 높이를 50~90m까지 차등 적용하게 된다.
용적률은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의 용적률 체계를 적용, 도심부 상업지역 용적률인 600%를 기준으로 하되 도심산업 활성화구역은 100%, 산업기능 쇠퇴로 용도전환 유도가 필요한 구역은 200%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 기존 산업 고도화, 新성장동력 육성
또한 정비사업 촉진을 위해 주거비율 50% 이외에 오피스텔을 10% 이내에서 추가로 허용할 방침이다.
도심 업무종사자, 단기 체류형 비즈니스 방문객, 파워시니어 부부 등 1~2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다양한 도심형 주거 도입을 위해 주거비율의 30% 이상을 반드시 소형으로 계획하도록 했다. 소형 주거비율 30% 초과 시 초과 건립 비율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를 별도로 제공한다.
이밖에 시는 세운상가 일대의 발전적 재편을 위해 산업 앵커시설(R&D) 등을 기반시설로 유도할 계획이다. 인쇄, 조명, 귀금속 등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기존 산업은 선별적으로 고도화하고 영상·미디어 콘텐츠 등 도심부의 다양한 여건과 조화되는 업종은 新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이제원 시 도시계획국장은 "세운 재정비촉진계획은 2009년 수립된 기존의 촉진계획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건의 변화를 반영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주민 부담 완화를 통해 세운지구 사업 촉진은 물론 사대문 안 도심 재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