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1억 은행원 연봉과 수수료 5백원
[기자칼럼] 1억 은행원 연봉과 수수료 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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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기자] 은행권의 고액 연봉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해마다 수차례씩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논란거리’라 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은행권의 반응도 이같은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과거에는 ‘잦은 야근에 업무강도를 생각하면 결코 많지 않다’는 항변이 줄을 이었지만, 지금은 '새삼스러울 것 있냐'는 반응이 태반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여론의 뭇매를 한차례 맞고 나면 당분간 잠잠해지지 않겠냐는 속내일터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번 고액 연봉 논란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촉발됐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은행원 연봉이 언론을 통해 거론되면 금융당국이 은행을 상대로 압박하는 수순이었다면, 이번에는 금융당국이 은행 수익성 방어를 위해 ‘총대’를 멨다가 애먼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최근 “은행 수수료를 현실화 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들의 수익성 방어를 위해서는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늬앙스의 발언을 했다. 이에 여론은 일제히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를 낮은 수수료로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은행권의 비용감축 노력이 우선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뒤늦게 분위기를 파악한 금감원은 ‘원론적 수준의 발언’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고액연봉 논란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최근 각 금융지주사 및 은행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반납에 나선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은행 1인당 평균급여는 1억원 안팎. 무기계약직 및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창구 텔러들의 급여가 1/3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책임자 및 관리자급 직원의 연봉은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 것으로 파악된다.

은행원의 연봉이 이처럼 일반 제조업을 크게 상회한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08년까지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은행들은 '땅짚고 헤엄치기식' 주택담보대출로 큰 이익을 올렸고, 이는 은행원들의 연봉잔치로 이어졌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임금이 일부 삭감되기도 했지만 기존 임금테이블은 건드리지 않은 탓에 1~2년만에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등 일부 은행의 경우 인수합병 과정을 거치면서 ‘직원 달래기’ 차원의 임금인상이 이뤄져 평균연봉이 추가로 상향됐다.

그렇다면 금감원장이 ‘현실화’를 언급한 은행 수수료는 얼마일까.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송금수수료의 경우 500원에서 1300원까지 다양하다. ATM 출금 수수료 역시 어느 은행은 무료지만 1000원 가량을 받는 은행도 있다.

이처럼 수수료가 각양각색인 이유는 아직까지 수수료에 대한 명확한 모범규준이 없는 것이 원인이지만 수수료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는 것도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SC은행 등 일부 외국계 은행은 수수료 전면 무료화를 내세워 신규고객들을 끌어모았으며, 대형 시중은행들 역시 고객별로 등급을 정해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만약 최 원장의 언급처럼 수수료 수준을 ‘현실화’할 경우 기존 우대고객들의 면제 혜택은 유지되고, 결국 서민층들의 부담만 가중될 개연성이 높다.

물론 최 원장의 언급처럼 국내은행의 수수료가 여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타행 송금시 많게는 2000~3000원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현실화' 주장은 일면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은행 수익성을 이유로 수수료부터 손대겠다는 것은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매년 고액연봉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은행들이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무리 외쳐봐야 이를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들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 빚 때문에 허덕이는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 가져올 뿐이다.

수수료 현실화는 은행권의 자체적인 비용효율화가 선행된 이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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