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그리고 일본인의 선택
일본 그리고 일본인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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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 한일관계를 희망하는 많은 이들이 일본과 일본인을 구분하자고 말한다. 역사왜곡을 일삼는 일본 정부와 일본인 개개인은 다르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럴 수 있는 일인가라는 의문에 그래야 한다고 확신에 차서 말하는 이들이 꽤 있다. 그들이 근거로 드는 일본인 개인은 국가주의에 함몰되지 않은 지식인 몇몇이다.

일본인 개개인 중에는 일본의 잘못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그들의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편으로는 만약 우리가 일본과 같은 국가를 갖고 있어도 우리의 지식인들이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의아할 만큼 과감하게 일본의 잘못을 꼬집어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일본인은 극소수일 뿐이며 다수 일본인들은 일본정부와 동일한 역사인식과 국가주의 도그마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이번 일본의 총선 결과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결국 다수의 일본 국민이 광적인 일본의 우익 정당 자민당을 2차 대전 이후 거의 내내 지지해왔다. 민주당이 4년 집권한 기간을 제외하면 60여년을 계속 극우정당 자민당에 표를 몰아준 일본 국민들에게 과연 현 일본정부의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잇단 망언과 평화헌법 수정을 통한 재무장 시도 등 주변국을 불안하고 불쾌하게 하는 행위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말을 결코 할 수 없다.

올해 일본의 자민당은 참의원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선거 전부터 일본의 역사적 범죄행위를 거듭 부인하고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각료들이 줄줄이 참배하고 나선 자민당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 일본 국민들의 선택에 힘입어 총선 직후부터 아베 신조 총리의 자민당 정부는 더욱 거침없는 망발을 일삼고 있다. 아베 총리 스스로가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며 동아시아에서 일본이 저지른 침략전쟁들을 옹호하는가 하면 비록 국제사회의 눈총에 곧바로 발언을 취소했다고는 하나 아소 다로 부총리는 ‘독일 나치식의 개헌’을 주장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그런가 하면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은 축구 한`일전 응원을 둘러싸고 한국의 민도(民度) 운운하고 나섰다.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는 안하무인의 태도다.

대외적인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 내에서도 방사능 재앙의 공포를 심어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년4개월 만에 그동안 안전 점검을 이유로 가동을 중단했던 원전 중 한곳을 재가동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방사능에 오염됐던 지하수가 바다로 유출된 사실을 극구 부인하더니 총선 직후 에야 사실을 인정했다.

선거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해 발표시점을 조율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데 마치 한국에서 문민정부 시절 대선 이전에 외환위기를 은폐시키려다 하마터면 국가부도 위기까지 치를 뻔 했던 사실과 닮았으나 결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일본내에서도 원전 재가동에는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하다지만 아베 정부는 원전 재가동을 밀어붙이려 한다. 이유는 일본 에너지 공급량의 30%를 차지하던 원전 중단 이후 증가한 화석에너지 수입량을 줄여 무역수지를 개선하려는 것과 원전 폐기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 회피, 일본 원전의 안전성 홍보를 통한 원전 수출 기대 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민주당이 이를 두고 ‘죽음의 상인’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한다지만 압승을 거둬 민심의 지지에 기고만장한 아베 정권이 이런 비난에 흔들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아베정권에 급격히 쏠린 민심의 향배는 일본 언론의 편향성도 강화시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한데 대해 ‘왜곡된 역사가 미국 전역에 퍼지고 있다. 극히 우려되는 사태’라며 ‘성노예라는 왜곡을 시정하기 위해서라도 고노담화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한국 보수언론들이 즐겨 인용하는 요미우리신문이 사설에서 주장했다.

그나마 일본 정치인 중 몇 안 되는 ‘이성이 살아있는’ 정치인이 이룬 성과를 스스로 허물자고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일본 국민들이 그런 광기를 스스로 연출하고 있다.

물론 일본 국민들 중 다수는 평화헌법 수정이니, 야스쿠니 신사참배니 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고 오로지 아베노믹스를 통한 경제부흥에 표를 몰아준 것이라고 한다. 바로 그 점에서 일본 국민의 선택은 더 위험하다. 나치 정권이 들어설 때 독일 국민들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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