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월급쟁이가 '봉'
역시나 월급쟁이가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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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대선공약에서 하우스푸어 문제 해결과 증세 없는 복지를 내걸고 집권했다. 그러나 이 달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과 이번에 개정된 세법 개정안을 보면 증세 없는 복지의 허구를 스스로 입증했고 하우스푸어 문제도 과연 풀 수 있을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물론 대다수 국민들은 복지 확대를 계획할 때 이미 증세 자체는 불가피한 일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의 탄생을 지지한 국민이 52%였던 것은 합리적 증세를 통한 소득 재분배형 복지 정도를 예상했을 것이다.

설마 아랫돌 빼서 위로 쌓아가는 식의 복지 재원 마련을 바란 것은 아니었을 상당수의 중산층 지지자들에게 이번 세법 개정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내년부터 중산층의 근간을 이룰 상위 28%의 월급쟁이들은 기업의 증세율을 웃도는 증세의 대상이 된다.

복지재원 마련 방안으로 부자증세를 주장한 야당에 맞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과세기반 확대로 충분하다고 약속하더니 결국 자산소득 향수자인 부자도 아닌 중`고소득자의 월급봉투를 털어내는 증세안을 내놓고 말았다.

이번 세제안에 따르면 연봉 3천450만원만 넘으면 고소득 근로자라 한다. 그 액수라면 보너스를 포함해도 월 3백만 원이 안 된다. 아마도 이 범위의 노동자라면 보너스 빼고 월 250만원 내외의 월급이 나오고, 그 가운데서 세금과 4대 보험 등을 제외하면 겨우 2백만 원 남짓을 집안에 들여놓을 것이다.

이 정도 소득으로는 자녀 교육비가 소요되는 4인 가족이라면 문화생활 따위는 사치로 치부될 확률이 매우 높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자랑하면 뭐하나. 문화생활도 누릴 수 없는 이런 정도를 고소득자라 하면서.

툭하면 귀족노조, 고소득 노동자를 걸고 넘어가는 현 정부 여당의 평소 행태와 맞물려 그 인식 수준을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상위 1%의 소득은 일반 근로소득생활자 평균 임금의 26배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들의 근로소득을 포함한 평균값을 기준으로 일반 노동자들을 고임금 노동자라고 몰아간다.

그들 극소수와 대다수 봉급생활자들 사이의 간극은 매우 크다. 그걸 무시한게 이번 세법안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문제는 근로소득 등 개인소득 사이의 격차를 무시한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과 법인 사이에서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기업이 살아야 성장이 있고 일자리가 나온다는 논리로 증세는 법인보다 개인에게 치중했다. 기업 살리기도 중요하다. 일자리 창출이 급하다는 논리도 수긍한다.

그러나 그로 인해 이룩된 성장률이 국부는 키울지언정 국민 개개인은 더 가난해져만 가는 결과를 낳는다면 그런 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번 정부가 내놓은 세제안에서는 하우스푸어 대책도 찾아보기 어렵다. 당장 양도세 중과 폐지는 제외돼 부동산 시장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정부 말로는 전세자금 대출을 확대한다지만 가뜩이나 커진 가계부채를 늘리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집 담보가액보다 높아진 전세 가격으로도 전세를 살지 집 사기는 꺼려할 만큼 중산층이 보는 미래는 어둡다. 부동산 거지가 되느니 현금을 더 확보하는 게 유사시에 더 긴요하다는 생각이 내 집 마련을 안정된 생활을 위한 기초로 여기던 중`장년층까지 넓게 확산돼 있다.

중산층이 느끼는 이런 불안한 미래를 어찌하겠다는 것인지 답이 안 보인다.

그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 바로 불안한 소득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직장이 있어도 정년 보장이 없고 직장이 없는 이라면 새 일자리 찾을 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다.

그런데 집만 덜렁 갖고 있어봐야 유사시를 대비할 해법이 안 나온다. 더구나 빚을 내서 집을 산다는 것은 지금 같은 시대에 해서는 안 될 일의 하나가 됐다.

더 이상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들이 조심스럽게 나오지만 그래도 전셋집을 찾아다니는 이들이 집 살 생각을 안 하거나 못하는 이유는 현금이 없으면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의 헛발질을 보고 있으면 정치의 더딘 성장이 확실히 느껴진다. 또 역사의 반복 현상이 실감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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