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기은 IP담보대출…지식재산보증 신설
"지식재산 관련 인프라 등 제반여건 미비"
[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금융권에 지식재산(IP)금융 활성화 '붐'이 일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범정부적 차원의 지식재산을 위한 금융지원책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 그러나 지식재산금융 자금조달 과정과 지식재산에 대한 평가방법 등 보완돼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9일 정부 및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지식재산권 수출기업을 위한 금융지원에 나섰다.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한 해외매출을 수출로 인정해 국내 기업 3곳에 모두 390억원의 금융을 제공한 것. 수은은 지식서비스 산업팀을 신설해 지난 6월 IP(지식재산권) 수출자금제도를 도입했다. IP수출자금제도는 해외 기업에 지식재산권 양도 등 라이센스나 로열티 수익이 있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수은 외에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도 지식재산권 담보대출 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섰다. 특히 산은은 지난 3월 특허청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우수 특허를 보유한 중소·중견기업이 지식재산권만으로 최대 20억원까지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지식재산권(IP) 담보대출을 시행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산은 관계자는 "발명진흥회 등과 협의해 담보대출을 시행할 기업들은 8곳 가량 선정해 놓은 상황"이라며 "해당 기업이 부실화 될 경우를 대비한 회수지원펀드 조성이 더뎌져 대출시행을 하지 못하고 있으나 이르면 8월말에서 9월초에는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은도 지난 5월말 지식재산권 보유기업에 최고 100억원까지 대출을 해주는 2000억원 규모 IP담보대출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중소기업들은 담보가 없더라도 이미 사업화 돼 매출이 발생하는 지식재산권(특허권·상표권·디자인권 등) 평가액을 담보로, 은행권으로부터 자금을 대출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마련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는 '지식재산 금융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지식재산 보증제도를 신설했다. 보증기관인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나서 지식재산권 가치를 평가해 보증을 서기로 한 것. 당초 기보가 제공해오던 '특허기술 가치연계 보증'을 전체 지식재산권으로 확대하고 신보도 함께 참여해 최대 50억원 한도 내에서 운용할 예정이다.
정부는 1000억원 규모의 '지식재산 전문투자 펀드' 조성 계획도 갖고 있다. 오는 9월 출범 예정인 '성장사다리 펀드'의 하위 펀드로 신설해 지식재산 투자자금 부족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성장사다리 펀드는 창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위해 조성된 펀드다.
이처럼 지식재산권을 가진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중소·중견기업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인프라 구축 미비 등 관련 제도가 정착되기엔 보완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지식재산권에 대한 평가 방법이다. 일부 금융기관들이 평가하는 기업의 지식재산권 가치가 과연 정확한 지에 대해 논란이 이는데다, 일정 시점이 지나면 노후화되는 '기술'의 특성을 반영한 대비책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또한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금융이 일부 국책은행들 및 정부기관에만 편중돼 있어 기업들이 이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시중은행들이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하지만 기술을 평가할 수 있는 인력 및 부서가 미비해 섣불리 도입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는 지식재산권 인프라 구축에 대한 제반이 부실하다"며 "금융지원을 한 기업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가 될 경우의 자금회수 방법도 불확실하고 법제적으로도 제대로 정비가 돼 있지 않은 부분이 많아 법적 분쟁의 소지도 다분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