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재계 오찬서 '경제민주화 포기' 시사?…'시끌'
朴, 재계 오찬서 '경제민주화 포기' 시사?…'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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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시민단체 "투자-규제 '딜'은 공약 포기"

[서울파이낸스 임현수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0대 그룹 총수들과의 회동에서 상법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입법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달래는 한편 투자와 고용을 당부하고 나섰다. 재계는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고 화답했고 야권과 시민단체는 경제민주화를 포기한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오찬의 전체적 분위기는 '재계 기(氣) 살리기'로 요약된다. 청와대와 재계의 회동에 온기를 불어넣은 것은 오찬에 앞서 집계된 대기업들의 올해 투자 및 고용 계획이 큰 몫을 했을 법하다.

산업통상부는 최근 2주간 30대 그룹의 올해 투자 및 고용 계획과 상반기 실적을 조사, 투자는 연초 계획보다 5.9조원 늘어난 154조7천억원을 투입하고 고용 역시 1만3천명 많은 14만7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상반기에 당초 계획 대비 41.5% 집행률에 그쳤던 저조한 투자 문제는 금세 덮어졌다.

청와대 회동에 참석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에 적극 동참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우리 기업들이 연간 투자 고용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우리 기업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시고 기업활동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경제 활성화에 앞장설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지금이야말로 각 기업에서 적극적이고 선도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우리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작은 정부' 기조를 시사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기업인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제도를 만들어서 투자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규제 전반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는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불합리한 규제가 새로 도입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재계의 최대 골칫거리에 대해서도 수위 조절에 나설 것임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잘 알고 있다"며 "그 문제는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서 많은 의견을 청취하여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민주화 우려에 대해서도 "경제민주화 입법 과정에서 많은 고심이 있으신 것으로 안다. 정부는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고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고 덧붙였다.

이날 오찬 분위기에 대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박 대통령은) 직접 회의 진행하시면서 참석자들의 내용을 일일이 코멘트 하신 후 배석한 정부 관계자에게 지시했다"며 "기업인들의 노력에 대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애쓰시는 것이 진심으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야권과 시민단체는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경제민주화 기조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특히 민주당은 '경제민주화를 포기할테니 대기업 투자를 늘려달라고, 사실상 항복 선언을 한 것'이라고 평했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CEO 출신 이명박 대통령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선언하고 재벌 대기업들에게 온갖 특혜를 베풀었다. 하지만 재벌들은 투자보다 현금성 자산을 늘리는 것에 몰두했다"며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이 입법과 투자를 맞바꾸는 거래를 했지만, 부도수표만 남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제남 정의당 원내대변인 또한 "투자활성화가 규제정책 때문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지난 10여 년간 정부는 일관되게 규제완화조치를 추구해왔고, 그 혜택은 대부분 재벌대기업들에게 돌아간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대기업은 지금까지 국내투자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왔다"고 논평했다. 회동에 대해서도 '경제민주화의 포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친기업적 태도를 표명하는 터닝포인트'라고 혹평했다.

시민단체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법무부 상법개정 입법예고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내건 공약을 최소한으로 담은 것이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기본적인 사항들"이라며 "오늘 박 대통령의 발언은 재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으며, 이는 경제민주화 공약 전체에 대한 후퇴로 보여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경실련 또한 논평을 내고 " 지난 상반기 진행된 경제민주화 입법은 재계의 강력한 로비에 부딪혀 그 내용이 지지부진할 뿐 아니라 실효성도 없는 용두사미의 결과에 그쳤다"며 "박 대통령은 오늘 회동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무력화를 표명했다"며 이번 회동을 '재벌에 백기 투항한 자리'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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