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축소 등 인수조건 까다로워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금융당국이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정작 대부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부업 축소 등 인수조건이 까다롭다는 이유에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엄격한 기준과 심사를 적용해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의 대형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위가 내놓은 대부업의 저축은행 인수조건을 살펴보면 △자기자본 500억~1000억원 이상 △저축은행 운영 및 내부통제능력 보유 △연 20%대의 중금리 신용대출 체계 구축 △대부업체의 신규영업 최소화 및 대부잔액 축소 △상호 고객 알선행위 금지 등이다.
이들 중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대부업체의 신규영업 최소화 및 대부잔액 축소다. 이는 저축은행 인수 시 대부업을 사실상 중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재 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대형 대부업체는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산와대부(산와머니)·웰컴크레디라인대부(웰컴론)·바로크레디트대부(바로론)·리드코프 등 상위 5개사 정도로 이들은 저축은행 입찰에 뛰어드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하지만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저축은행들의 경우 매년 흑자를 기록하는 대부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인수에 나설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의구심은 여전하다.
실제로 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는 대부업 등록 이후 12년간 누적 당기순이익이 약 7400억원으로 매년 616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지만 저축은행 업계는 2009년 6월 이후 적자를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올 상반기에만 992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에서 제시하고 있는 인수조건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업계 내부에서도 인수에 대한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말이 좋아 인수 허용이지 실제로는 제도적으로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막겠다는 생색내기용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관련 파급효과와 예상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며 "대부업을 접으라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현재 금융당국 등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수신기능이 있는 저축은행을 대부업체에서 인수 후 저축은행을 대부업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 △고금리 수취 △과도한 채권추심 등 부정적 이미지 상존 등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엄정한 인수자격 심사, 철저한 사후 관리·감독 등을 통해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관련 각종 우려를 최대한 불식시킬 것"이라며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대부업체 이용 수요를 제도권 내(저축은행)로 흡수할 경우 관리감독 및 소비자보호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