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제로성장 시대
다가오는 제로성장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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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높게 잡았다 싶던 한국은행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결국 하향 조정되면서 뒤늦게 언론에서부터 불안감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그 전에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7%로 낮췄고 국내에서도 국회예산정책처에서는 3.5%로 제시했다. 정부도 IMF와 마찬가지로 3.7%로 잡고 있는데 비해 아직도 한국은행의 전망치는 3.8%로 높은 편이다.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더딜 것은 이미 예상됐던 바이지만 한국은행은 여전히 낙관적 전망에 매달려 있다가 뒤늦게 0.2%p 하향조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잠재성장률 수준은 성장할 것이라고 여전히 낙관적 입장을 지키고 있다. 민간부문 경쟁력 제고에 따른 선진국의 성장세 가속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저마다 성장드라이브를 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오히려 세계가 성장주의 일변도로 나아가면서 물가불안은 더욱 커지고 기업의 투자리스크도 덩달아 커지며 신규투자가 위축되어 실직자가 확대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더 견고해질 우려마저 생기고 있다.

미국은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엄청난 달러를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의 순환 움직임이 크지 않다. 금융사들은 여전히 움츠러든 상태이고 기업들 역시 과감한 투자에 나설 만큼 상황을 낙관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일자리는 조금씩 는다는데 실제적으로는 거의 통계수치상의 미미한 변화 수준에 머물 뿐 생산→소비→생산으로 순환되는 경제적 활력을 되살릴 정도의 영향은 미미한 듯하다.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 우세의 의회간 갈등도 표면상으로는 건강보험 문제가 원인으로 나타나지만 결국 성장세 회복이 더딘 경제 상황으로 인해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거듭된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경제성장에 기업 입김이 더 강한 공화당이 새로운 재정지출 확대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아베노믹스로 경제지표들이 살아난다는 소리도 들리지만 현재 일본 내에서 일고 있는 극단적 우경화 경향은 일본 국민들이 일본의 잠재적 성장 가능에 회의를 갖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경제지표가 경제현상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또한 경제지표만큼 현상을 호도하는 것도 없다. 당장 반짝효과로 지표상 호조가 나타난다고 해서 꾸준한 성장의 신호로 읽을 수는 없다.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가 자금이 없어서는 아니었다. 국가경제규모나 기업규모에 비해 너무 작은 국민의 소비여력이 내수시장을 위축 시켰고 그로 인해 기업들은 내국생산물 수출에서 소비시장을 찾아 현지로 나가는 방식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일본의 잠재성장 동력 위축으로 나타났고 엔화를 마구 찍어내는 것으로 방향선회를 시키기에는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획득과 꾸준한 군대 보유노력은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2차대전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우익의 욕망도 있겠지만 국민의 부족한 소비를 정부가 대신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를 통해 방위산업을 키워나감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삼으려는 시도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기대만큼 성과를 올릴지는 미지수다. 이미 일본의 방위산업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어서 얼마나 더 큰 시장을 내부에서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은 이런 일본의 전철을 답습해 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이대로 가면 2040년대에 이르면 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잠재성장률 제로시대라는 것은 결국 성장이 멈춘다는 얘기인데 이런 불안을 딛고 적어도 남들 성장하는 이상 성장하자면 근본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장기적 과제를 놓고 전 사회적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이걸 정부가 다 알아서 해주길 기대할 수는 없다. 집권만 하면 앞선 정권의 실적을 다 갈아 엎어버리곤 하는 한국정부만 믿을 수는 없다는 걸 그동안의 역사 속에서 충분히 배우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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