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불확실성 이유로 내년 성장률 4.0%→3.8%
전망치 오락가락…경제주체 혼란·세수결손 우려
[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내려 잡았다. 대외경제가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정부의 예산안 및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불확실성 증대,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한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 변화 가능성 등이 성장의 하방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한국은행은 매년 4월, 7월, 10월에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한은은 이미 지난해 4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3.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매분기 1%내외의 성장 회복을 예상하며 지난 7월에 4.0%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및 국내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은이 1년 새 성장률을 두번이나 조정한 데다 국내 경제기조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경제주체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성장률을 수차례 조정했음에도 실제 성장률과 괴리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성장률 전망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성장률 전망치와 실제와의 오차가 세수입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세수결손도 야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11년 예산편성 때 국내 경제성장률을 5%로 전제했지만 3.7%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4.5% 성장을 전제로 예산이 편성됐지만 실제로는 2% 성장에 그쳤다. 결국 4%대의 성장률에 근거해 짜여진 세입예산안을 보완하기 위해 12조원이 넘는 세입경정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편성하게 됐고 성장률 오차로 생긴 세수결손만 지난해 2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번에 발표한 한국은행의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3.8%)는 정부(3.9%)보다 0.1%p 낮다. 성장률이 0.1%p 내리면 세수가 2000억원 줄 것으로 추산돼, 결국 내년에도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경기부양 필요성이 제기된다. 때문에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하면서 기준금리는 동결한 데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김 총재는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금리동결을 결정했다"며 "금리변동은 물가, 자본시장, 가계부채 등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성장률 하향 조정과 금리 변동은 별개로 봐야한다는 것. 현재 한은은 대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성장률은 하향조정했으나 경기 전망에 대해선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내 경제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내수도 개선되고 있다"며 "GDP갭의 마이너스는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은의 성장률 수정 전망치 역시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내년 국내 경제가 3.9%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나,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각각 3.7%, 3.5%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국내 민간연구기관들의 전망치 평균은 3.5%다.
권규백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만으로 내년 3.8%라는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며 "물가수준이 금통위 목표를 크게 하회하는데다 향후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금리상승 가능성 등을 고려해 본다면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