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역설
한국경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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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박근혜 대통령의 역설(파라독스)’이라는 말들이 돌고 있나보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희구하며 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기어코 대통령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이 그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칠 경우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반대로 박근혜의 실패는 아버지에 대한 평가절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경제, 정부의 경제정책도 이런 역설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특히 부동산시장을 중심으로 보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지금 인구 비중으로 보면 주택안정 단계에 접어들었어야 할 노`장년층 인구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인구 구조로나 사회적 역할에 있어서나 허리에 해당하는 50대는 소위 말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로서 그 비중이 매우 크다.

이런 구조로 보면 당연히 주택거래가 활발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경제적 위치는 지극히 불안정하고, 생활의 안정을 위해 내 집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있기에는 너무 가난하다.

일명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은 아직 내 집 하나 차지할 연령도 못되니 그렇다 하지만 이제 은퇴시기에 접어든 베이비부머 세대마저 내 집 하나 지키기가 어렵다면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활성화 대책이 제대로 먹힐 가능성은 기대이하일게 분명하다.

물론 부동산 투기 붐을 일으키겠다면 안 될 일도 없을 것이다. 여전히 소수의 부자들은 수익이 눈에 보이기만 하면 언제라도 투자에 나설 여력이 충분하겠고, 경제적 곤경에 처한 중산층들이라도 부동산 가격 상승의 기대감이 커지면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 투기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급해도 할 수 없는 것이 부동산 투기 조장이다. 한국경제가 급성장하던 시절이라면 인플레이션이 웬만큼 심해지더라도 성장의 과실로 커버할 수 있었을 테지만 이미 한국은 저속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가계부채 문제는 국제기구들도 경고하고 나설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서 더 빚내서 부동산 투기로 나서다가는 중산층의 감소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몰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지금도 여전히 자녀교육비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은퇴의 부담과 준비되지 못한 노후대책까지 온갖 고민을 다 짊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수준의 미비로 부모 부양의 부담도 결코 가볍지 않은 세대다.

그런 연고로 집 한 채 갖고 있는 가정이라 해도 조기은퇴라도 하는 날이면 재취업은 하늘의 별따기인 현실에서 조바심이 나기 마련이고 그런 급한 마음에 평생 해보지도 않은 장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일이 흔하다.

그런데 한국은행 통계로 보면 올 들어 자영업자 수가 줄었다고 한다. 정말 자영업에 눈돌리는 가정이 줄어든 게 아니라 망하는 이가 새로 시작하는 이를 앞질렀다는 의미다.

이처럼 전체 자영업자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매달 3만명씩 늘고 있다. 포화상태의 시장에 마음 급한 고령층들이 부나비처럼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사업자금은 대부분 퇴직금에 집 담보대출을 더해 마련되는 구조다. 그만큼 빚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에 비례해서 불안감과 조바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커진 불안감과 조바심은 낯선 장삿길에 나선 고령자들에게 앞에 놓인 함정도 미처 피하지 못하고 빠져들게 만들 위험이 크다. 그렇게 중산층 몰락의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불안한 중산층이 어떻게 집을 새로 살 마음이 들 것이며 있는 집인들 제대로 유지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지금 팔수만 있으면 얼른 집 팔아 빚더미에서 벗어나고 싶은 중산층들이 줄을 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전세 수요를 매수 수요로 돌리겠다고 한다. 그래서 8.28 부동산활성화 대책도 내놨다. 그러나 전세는 각오만 서면 언제라도 집을 줄여 갈 여지가 있지만 내 집 하나에 자산 전부가 묶여있다시피 한 대다수 중산층들에게 있어 집은 발목을 잡는 족쇄나 다름없는 현실에서 그런 정책들이 겉돌 수밖에 없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몰락과 궤를 같이 하며 회복의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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