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파문의 배경
황우석 파문의 배경
  • 홍승희
  • 승인 2005.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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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진실 보도를 둘러싼 국익론이 뒤숭숭한 가운데 외신들은 배아줄기세포 연구로 세계적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황우석 박사가 ‘명예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많은 국민이 IT 부문의 선전과 더불어 한국의 미래를 이끌 양대축으로 기대를 모으던 생명공학 분야 연구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인류 문명의 진보를 위해 윤리와 과학이라는 두 바퀴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 당위다.

그래서 첨단 과학 연구는 종종 윤리적 문제로 여론의 검증을 거치고 그 과정에서 연구 성과에 조급하던 일부 연구자들이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연구 성과가 인류의 진보에 기여한다는 판단 아래 연구자의 순수 열정을 존중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곤 한다.

그래서 이번 황우석 박사의 사례는 그 처리 과정이 전례와 다르게 보인다.

소위 과학 선진국, 강대국에서 이루어지는 다른 연구자들의 경우와 달리 황 박사 팀에게는 유독 엄격한 윤리적 기준을 요구하는 듯 싶다.

영·미의 언론들 역시 연구 내용이나 성과보다는 흠잡기에 관심을 집중했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어렵다.

황 박사 팀이 시인한 몇 가지 실수는 그 성과에 비해 매우 사소한 것일 뿐만 아니라 법률적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가치관의 변화를 부르는 첨단 과학의 앞길에는 언제나 윤리적 충돌이 예비돼 있다.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어느 때고 윤리 문제는 과학적 성과주의의 과속 질주를 제어하는 순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일부의 이해가 반영된 보수적 우려가 인류의 진보를 가로막고 한 국가의 국민적 희망을 깨트린다면 그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우리는 유럽의 중세 암흑시대를 기억한다.

종교적, 윤리적 도그마가 과학적 진실, 인류의 희망적 미래를 가로막는 일은 그 한번의 경험으로 족하다.

우리는 오히려 지금 윤리 문제를 제기하는 주체들에 주목한다.

이번 황 박사팀 흠잡기에 앞장섰던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는 과거 영국에서 최초의 인공수정 아기가 태어나고 복제양 돌리가 태어날 때 지금처럼 과도한 윤리적 검증에 나섰던가를 되짚어봐야 한다.

더 폭넓게 나아가자면 예비적 위험을 제거한다는 이유로 약소국들을 침공하는 미국이 제기하는 생명윤리 논란은 매우 위선적이지 않은가.

우리는 미국은 불과 몇 달 전에도 황 박사를 미국에 유치하기 위해 시도했고 그게 실패한 직후 생명공학 연구에 제동을 걸기 위한 여러 법적 장치 마련에 박차를 가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국내의 순진한 여론이 안타깝다.

일부 불구적 욕망을 드러낸 동료 학자들이 있다는 소문도 그저 답답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누구나가 분명히 인식해야 할 문제는 남는다.

한국은 이제까지의 기술 후진국 한국이 아니다.

경제적 위상도 우리가 알게 모르게 높아졌지만 몇 개 집중 연구분야에 관한 한 기술 수준 또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한국의 비행기 자체 생산을 저지하기 위해 여러 제약을 가하던 미국도 이제는 한국의 공군 연습기 생산, 수출을 묵인할 수밖에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IT는 국내 기업간 합의로 세계적 기술 표준을 만들 만한 분야들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황 박사 팀의 연구 성과는 이제까지의 이런 기술들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기업이 당장 효용성이 높은 응용기술 연구에만 매달리는 것과 달리 황 박사 팀의 연구는 이제 새롭게 개화되기 시작한 생명공학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술 선진국들의 매우 조직적인 견제를 충분히 예상했어야 하는 일이다.

과정상의 흠잡기는 시기심많은 동료 학자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 매체로 포장된 영·미 언론들의 국가주의적 보도태도의 이면에는 각 국가간 치열한 정보전쟁의 수확물들이 매우 유용한 미끼로 쓰이고 있다.

이 낚시질이 겨냥하는 포획물 중에는 이제 세계 속에서 위상이 높아진 한국의 정부, 대기업 등이 두루 포함돼 있다.

그래서 정부 관리들의 입, 연구자들의 신분안정성, 회계상의 투명도, 노사관계의 장애 등에 세계의 눈과 귀가 남모르게 따라붙는다.

전시에 흔히 보던 민간 언론을 앞세운 여론조작이 경제전쟁, 기술전쟁의 시대인 이제는 상시 발생하고 있다.

변화된 처지를 인식하는 몸조심, 입단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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