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 영토분쟁에 낀 한국
다차원 영토분쟁에 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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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아시아는 영토분쟁이 심화되어가는 징후가 나날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본이 한국, 중국, 러시아와 분쟁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중국 또한 신패권주의 전략을 드러낸 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2000년대 들어 그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미국의 중재에 매달린 채 국내 문제 해결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때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지금 일본이 계속 신경 거슬리게 집적대는 독도문제와 중국이 딴지를 걸어오는 이어도 문제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온순한 대응을 해온 것이다.

중국이 이어도 영역을 포함한 방공식별구역(CADIZ)를 새로이 선포하면서 일방적인 선포라고 반발하고 있으나 이미 그 전에 일본이 이 지역을 포함한 방공식별구역을 선언했을 때는 별달리 반응도 내놓은 바 없다.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이다오)를 둘러싸고 갈등을 키워갈 때도 우리는 제3자인 양 구경만 했다. 오히려 분쟁에 끼어들게 될까봐 걱정하는 꼴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분명히 그렇게 구경만 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8일쯤 우리의 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를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어쨌든 대 중국 외교에 상당한 성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됐던 박근혜 정부는 이번 CADIZ 선포로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일본과는 관계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어도와 주변 영해가 지금 마치 3국 공영구역처럼 저마다 관할권을 주장하는 지역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노무현 대통령이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하는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해양영토 분쟁에서 우리는 그 어떤 기득권도 주장할 수 없었던 게 아닌가 싶을 지경이다.

요즘 노무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네 마네 소란을 피우고 있지만 실상 해양영토 주권에 관해 그만큼 관심을 가진 대통령도 없었다. 물론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건설 당시로부터 역대 정부는 중국과의 전면적인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이어도 문제를 영토의 문제가 아니라 배타적 수역의 문제라고 되뇌어 왔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수역임을 확인하는 것이며 우리의 관할권을 포기하는 발언이 결코 아니다. 단지 영토라는 단어 자체로는 그야말로 ‘바다 위로 드러난 땅’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영토’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해서 해양주권의 행사권을 포기하는 행위는 아닌 것이다.

해양영토 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은 하늘 영토에 관해서도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쏘아 올린 과학위성 3호도 이미 2006년 확정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영토의 개념은 갈수록 확장되어가고 있다. 고대사회로 갈수록 영토의 개념은 1차원적인 점 혹은 선의 개념을 벗어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개념상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재야사학에서 고대 한민족국가의 영역을 광범위하게 삼고 있는데 대해 강단사학에서는 상당히 비판적이지만 오히려 강단사학이 그 영역의 개념을 너무 근대적 관점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즉, 선이 아닌 면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고대사회의 통치권이 그렇게 광범위하게 미쳤다는 데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그러나 징기스칸의 빠른 정복과정을 보면 넓은 면적을 확보하기보다 점과 점을 잇는 선의 개념으로 그 빠른 확장을 받아들여야 이해가 가능해진다. 적은 수의 병력으로 넓은 면적을 동시에 차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봐야 타당하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면으로 확대되지만 그 대가로 또다시 분열이 발생하는 과정이 고대사회에서 숱하게 반복됐다.

그러나 근대로, 현대로 오면서 선에서 면으로, 면에서 바다와 하늘을 포함하는 3차원 영토의 개념으로 바뀌어왔다. 그리고 이제는 우주시대를 향해 4차원의 영토개념으로 확장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그런 시대를 살면서 아직도 우리의 주권 개념은 여전히 영토의 면적에만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제 고작 바다에 관심을 가지는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

외교관들에게 그런 관점의 변화가 제대로 교육되고 있는지, 정치권에서는 그런 인식의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못미더운 장삼이사들은 걱정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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