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시장 휘젓는 나비효과
세계금융시장 휘젓는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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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금융시장이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 신임의장의 취임인사로 요동치고 있다. 취임도 하기 전부터 그의 선임 소식이 전해진 이후 계속되는 세계금융시장의 파동이 심상치 않다.

세계금융시장을 뒤흔든 1차적 요인으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물론 옐런 의장 개인의 소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형국이라고는 하나 하필 그의 선임 소식과 양적완화 축소 검토 시기가 맞물리면서 그 모든 원인의 한 가운데에 옐런 의장이 서 있는 셈이 됐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 경기 둔화 예상 등이 재정위기를 겪은 유럽 상황이 채 호전되기도 전에 벌어짐으로써 파장을 더 키우고 있다. 미국이 막대한 양적완화로 침체된 시장에 인위적 활력을 불어넣고 그런 틈새를 타고 일본이 과도한 환율정책으로 수출경쟁력 확보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는 겉보기로는 잠시 숨통이 트이는 듯싶었으나 삽시간에 반전이 오기 시작했다.

미국이 대량으로 풀었던 정책자금들을 줄여나가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해외 투자 중이던 미국 자본이 빠르게 신흥국 시장에서부터 빠져나가면서 소위 브릭스로 통칭되던 신흥시장국과 미스트로 묶여 불리던 한국을 포함한 성장 가능성이 큰 신흥국들 가운데 현재 추락을 모면한 나라는 한국과 베트남 정도라고 한다.

이런 파장은 신흥국 시장에서만 그치지 않고 동유럽을 시작으로 유럽 전체로, 나아가 선진국 시장으로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금융시장 추락의 도미노가 시작되었다고 성급하게 진단할 일은 아니지만 결코 눈 앞에 나타나는 현상을 간과해서도 안될 일이다.

신흥국 증권시장에서 1월 한 달간 122억 달러가 이탈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그리고 그 속도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그 탓에 신흥시장 채권 펀드도 빠르게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어 전세계 증시가 가라앉는 추세다. 지난달 미국, 영국, 유럽 및 일본 등 선진국 4대 증시가 4년 만에 동반 하락했다. 물론 한국 증시도 심하게 출렁거리며 주가지수의 급락이 이어졌다.

그나마 저가주들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매입 열기가 살아있어 주가지수 하락에 제동을 걸었으나 소위 블루칩이라는 글로벌 대형주들의 주가는 거의 죽을 쑤고 있다. 그야말로 글로벌 기업일수록 글로벌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영향이 큰데다가 주가도 워낙 비싸서 개인투자자들이 섣불리 매입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금융시장의 동요가 죄다 미국 때문만도 아니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기도 한 중국의 경기가 중국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상당한 정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됨으로써 거대한 중국 시장에 의존하던 세계경제 전반에도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G2로 부상한 중국의 경기 둔화 여파는 선진국들이라고 피해갈 수 있는 현상이 아니어서 세계 금융시장의 동요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이미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최대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경기 침체는 범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무역시장에서의 격돌이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전세계 인구의 30% 가까이를 국민으로 두고 있는 중국의 경기 침체에서 이어질 소비 위축, 게다가 중국 다음으로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신흥시장 인도의 추락까지 이어지면서 지금 일고 있는 세계 경제의 동요가 어디까지 가야 멎을지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정부정책개발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있으나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한국 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은 적다고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1차적 타격은 크지 않더라도 그로 인해 출렁이는 세계 경제의 파고를 외생변수에 크게 영향 받는 체질적 한계를 가진 한국 경제가 그 후폭풍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제부터 세계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각국의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격렬한 이전투구의 장으로 빠르게 변해갈 것이다. 한국의 경제 체질도 성장 후의 안정화 기간을 거친데다 외환위기까지 겪으며 과거에 비해 그래도 상당히 강화되긴 했다. 일단 외환시장의 안정성이 현저히 높아졌으니까. 그럼에도 우리는 세계화에 목매달며 달려온 역사로 인해 외생변수에 따른 새로운 취약점을 갖게 됐다. 나라는 버텨도 국민 개개인이 견디기는 힘든 계절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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