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정책과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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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부터 증세 논쟁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자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을 통해 증세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 양극화의 해소를 위한 정책을 적극 펼쳐나가겠다는 약속은 결코 증세없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 진의를 제대로 짚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실상 정치인들에게 증세란 양날의 검과 같이 위험한 무기다. 감세를 단행하면 당장의 대중적 인기를 모을 수 있을지는 모르나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사회를 건설해나가는 데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사회가 감당해낼 조세의 적정수준을 가늠하는 일 역시 칼날 위에 머리카락을 올려놓고 자르는 일만큼이나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집권 초반에 가능한 최대로 증세를 감행, 정책을 제대로 펼치다가 집권기 후반에 들면 다음 선거를 의식해 감세로 돌아서는 것이 정치인으로는 약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전임자가 증세 구조를 마련해주고 떠나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현 참여정부는 정치적으로 보자면 매우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머잖아 레임덕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며 증세로 욕먹을 짓을 자초하는 꼴이니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이런 각도에서만 보면 집권당이 애가 타야 마땅하고 수권을 목표로 삼는 야당은 내심 즐거워할 일일 듯 싶지만 현재 여야의 반응은 정반대다. 왜 그럴까.

양극화 해소대책이 곧 득표를 염두에 둔 선심성 대책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정치인들 머릿속을 채우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이제까지 흔히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역대 정부에서 집권기 말 선심성 정책을 펴는 재원 마련 방식은 부담이 대중의 피부에 직접 닿는 증세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재원의 기업 몰아주기로 일시적 활황을 유도하여 세수를 늘리는 방식이어서 대중적 저항이 적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부담은 뒤에 오는 정권의 부담으로 넘겨지며 같은 방식이 되풀이 됐다. 그 결과가 오늘날의 극심한 사회 양극화의 주요인이 된 셈이다. 조삼모사의 수법에 국민 모두가 박수를 쳐준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 경험 조직에서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현 정부는 실상 출범 직후부터 레임덕 현상과 동일한 정부 조직 내 저항 등에 직면했었다. 어느 부문에서도 정책발이 제대로 먹혀들지 못 할 만큼 강고하고 배타적인 기득권의 성곽 무너뜨리기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제대로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득권 세력들로서는 5년만 더 버티자, 이번이 마지막 개혁세력의 집권이다 하는 반응으로 정책에 냉소를 보냈다. 개혁을 기대하는 쪽에서는 너무 느슨한 공격이라고 비난만 할 뿐 제대로 협력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급한 요구로 정부를 곤경에 몰아넣는 경우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현 정부의 시스템 바꾸기 노력은 외로운 동키호테의 모험이 될 위험을 안고 시작된 것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 후반기에 이 정부는 또다시 모험의 길을 떠나려 한다. 이 시점에 증세를 통한 사회 양극화 해소를 시도하는 자체가 기존 정치 상식에서 보자면 지극히 무모한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현재의 한국 사회가 처한 위치나 세계사의 조류로 보자면 사회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정책 프로그램들은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가야 할 단계에 이르러 있다.
 
사회 공공서비스의 확대없이 사회적 양극화가 해소될 수 없고 우리 국민들의 집단적 꿈인 선진국 진입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구 감소와 같은 사회적 난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나 국민 행복지수를 높여 보다 사회통합적 미래를 창출해내기 위해서나 공공서비스의 확대는 필수조건이다.

기업들도 점차 커져가는 사회공헌 요구에 직면해 대기업, 잘 나가는 기업일수록 미래를 위한 공익자금 출연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마찬가지로 정부도 사회공공서비스를 늘려가며 사회적 유휴노동력을 서비스 인력으로 소화해내는 일거양득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정부의 선택은 자연스럽게 사회적 재화의 재분배 기능을 하면서 그야말로 지속가능한 사회 시스템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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