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핵 개발론
고개드는 핵 개발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이 갑자기 커진 것처럼 호들갑스럽다. 물론 일본이 핵 재처리시설 가동을 강행하고 미국은 국방예산 축소로 생길 힘의 공백을 우방인 일본의 핵무장 허용 내지 묵인 쪽으로 가닥을 잡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니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다.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일본의 핵무장을 경계하며 아시아 주둔 미군 감축이 그런 위험을 키울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과의 힘의 균형을 지탱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언제까지나 그런 공식적 입장이 유지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일본의 핵무장을 경계해오던 미국의 태도가 느슨해진 바탕에는 중국과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할 우방국 대응력 강화를 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현실적 여건의 변화가 있다. 실상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국가는 중국이고 한미 군사훈련의 주된 타깃도 공식적으로는 대북 대응훈련이라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잠재적 적국이 될 수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더 무게가 실려 있지 않은가.

그런 틈바구니에서 재무장의 길을 여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일본이 주일 미군의 감축을 기화로 핵무장을 하기로 작정하면 단시일 내에 강력한 핵무기 보유국으로 올라설 수 있다. 이미 일본의 핵무기 생산 능력은 연간 8톤 혹은 9톤에 이른다는 무기급 플루토늄의 양 만으로도 매년 2천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미국을 능가하는 생산능력이라고 한다.

세계 유일의 핵공격 피해 당사국인 일본은 그동안 민간을 통해 핵무기 피해국임을 강조, 히로시마에는 평화공원까지 조성해 관광객을 끌어모으며 피해국임을 세계에 주지시켜왔다. 그런 한편으로는 2차 세계대전 패배의 원인을 핵무기에서 찾으며 패전 직후부터 핵무장의 길을 모색해왔다. 오늘날 일본이 핵무장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갖가지 계책을 마련하는 것이 결코 새로운 사실은 아니라는 의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뒷수습도 제대로 하기 전에 서둘러 원자로을 재가동하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본 정부의 방침도 단순히 전력사정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고 볼 이유가 된다. 일본의 재무장을 위해 주변국과의 마찰도 불사하는 아베 정권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런 의심을 갖게 한다.

이런 일본의 야심은 이미 지난 90년대에 일본이 원자로 건설을 내세우며 플루토늄을 공개적으로 수입할 때 충분히 드러난 것이나 진배없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그런 일본에 대해 참으로 태평하게 대응했었다.

그러던 한국 정부가 최근 여권 유력 정치인의 핵 개발론이 나오는 것을 시작으로 일본의 핵무장에 대한 경계성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핵재처리시설에 맞선 우리의 핵개발 여지를 열어두자는 의도로 읽힐 수도 있는 현상이다.

물론 주한미군 주둔비용 문제 협상 등에서 유리한 카드를 쥐겠다는 의도도 있겠고 일본에 비해 불리하게 맺어진 한미 원자력 협상 결과를 바꿔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정부의 깊은 속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갑자기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보수언론들이 앞장서서 일제히 크게 다루는 배경이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일본이 핵무장을 한다면 한국의 주변국 모두가 핵무장을 하는 셈이니 결코 수수방관 할 수는 없는 입장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핵무기만 만들면 안전하겠느냐는 것이다.

당장 핵폭탄을 만드는 것은 작정만 하면 그리 힘든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한국의 기술 능력으로 두 달이면 핵폭탄 정도는 만든다는 주장도 있으니까.

그럼 발사체는 어찌 되는가. 한국의 미사일 기술 개발은 미국의 통제하에 놓여 사거리 제약을 받고 있다. 일본의 핵무장은 필연적으로 다른 주변국들의 핵무장 강화로 나아갈 것이고 그렇게 동북아시아가 핵경쟁에 돌입하면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국가가 북한뿐일까.

걱정할 건 그게 다가 아니다. 남북을 다 합쳐야 7천만 밖에 안 되는 인구에 그나마 두 쪽으로 나뉘어 있으니 막상 전쟁이 나면 그 어느 나라하고도 제대로 싸우기 만만찮다.

일본마저 핵무장하고 나서면 우리도 안 따라갈 수도 없고, 해봤자 별 이득이 보이지도 않으니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고민만 커질 형편이기는 하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