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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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에서 철수키로 했다니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크림반도 사태는 일단 러시아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말잔치들은 풍성하지만 일단 미국이나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할 생각이 없고 우크라이나로서도 군사력에서 비교할 수 없는 차이를 지닌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는 일이 무모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러시아는 세계적인 비난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현지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형식을 갖춰 일사천리로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 편입을 결정했다. 이제껏 우크라이나가 독립을 했다고는 하나 러시아의 영향력이 컸던 우크라이나에서 반러시아 성향의 반군 세력이 집권에 성공하면서 그만큼 러시아가 조급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떻든 19세기부터 이미 유럽의 화약고였던 크림반도 사태는 하나를 포기하면 그 다음에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우크라이나는 소련 연방이 해체되면서 독립할 당시 구 소련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지만 독립이 급해서였던지 쉽사리 그 핵을 포기했다.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과 전 서방세계가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해온 논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우크라이나의 사례였다.

핵을 포기함으로써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쉬이 인정했었고 서방세계는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약속했었다. 그런 서방세계가 크림 사태에 대해 말로는 우크라이나를 편들고 나섰지만 실질적인 지원을 한 것은 없다.

오히려 미국 언론들은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준 것은 잘 한 일이라는 식의 분석 보고들을 내놓고 있다. 당장의 경제적인 측면만 보자면 그런 분석도 가능하다. 크림자치공화국은 그동안 말만 자치공화국이었지 빈약한 재정으로 인해 예산의 67%를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채웠다. 그 뿐 아니라 전력의 80%, 천연가스 65%, 물 80%도 중앙정부에 의존해왔다.

러시아가 크림자치공화국에 당장 10억 달러의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지만 그것으로 이제까지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받아왔던 지원을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림반도 주민들은 우크라이나 대신 러시아를 택했다.

아마도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반러시아 세력으로 개편되면서 러시아계가 60%에 달하는 크림반도 주민들이 불안을 느낀 탓인 듯하다. 가뜩이나 제정러시아 이래로 주둔해온 러시아의 해군기지가 있어서 공화국의 실질적 경제 젖줄 노릇을 하는 것으로 보였을 러시아의 심기를 거스를 뜻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95.5% 찬성표가 나오려면 러시아가 그동안 밑밥을 많이 깔아두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겠지만.

어떻든 크림 주민들이 러시아를 택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군사력에 밀려서인지 쉽사리 주둔하던 군을 철수시켰다. 앞으로 서방세계가 무슨 소리를 하든 러시아 영토로서 크림반도의 지위에 쉽사리 변화가 올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만약 우크라이나가 그 핵무기들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러시아가 이번처럼 속전속결로 크림반도를 손에 넣을 수 있었을까, 또 서방세계도 이번처럼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연장선상에서 이런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며 전 세계로부터 핵 포기 압력을 받고 있는 북한 정권이 어떤 생각을 할지도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이라크에서 정권 붕괴와 함께 후세인이 처형당하는 것을 본 이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던 북한 정권 입장에서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 당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생화학무기를 숨겨뒀다는 명분으로 치고 들어갔지만 후세인으로서는 포기하고 말고 할 무기도 없었지 않은가.

한국 정부는 뒤늦게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인정하지 않겠다는 식의 외교적 논평을 내놨지만 먼데서 일어난 불구경하는 모습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크림사태와 사실 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디폴트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중국 불안 등이 겹쳐 국제시장에서 한국물로 안전 자산들이 몰리고 있다며 기대마저 일고 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어떤 물밑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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