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한 법 집행이면 더 좋다
공평한 법 집행이면 더 좋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너나없이 과속하는 도로에서 유독 내 차만 과속 주행으로 단속에 걸리면 대개는 억울한 기분을 갖는 게 일반적인 사람의 심리다. 과속 주행이 잘 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남들은 괜찮고 왜 나만 단속하느냐는 반발심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그런 반발심을 속으로 누그러뜨리기 위한 수사의 하나로 ‘재수 없다’고 내뱉는 말이다. 나만 운이 나빠 걸렸지만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담겨 있는 말이기도 하다. 이 경우 어떤 불법도 운이 좋아 안 걸리면 행할 수 있다는 의식을 키우는 수용방식이기도 하다.

단속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많은 과속 차량을 다 단속할 능력은 안 되니 몇 대의 차량만 시범 케이스로 단속할 수 밖에 없다고 해명해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단속에서 만약 중대형 승용차는 빠져나가고 소형 승용차나 경차만 걸려든다면 그 때는 단속이 법 집행이 아닌 차별 행동으로 인식돼 반발이 심리적 단계를 넘어서 행동으로 나타날 위험도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단속 주체의 권위나 신뢰는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최근 감사원은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비 사용 내역에 부적합 소지가 있는 증거를 포착했다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주된 사안은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인건비 등이 실제 지급된 액수와 큰 차이를 보인다는 등 그동안 많은 대학 교수들의 잘못된 프로젝트 수행 관행으로 지적받아온 내용들이다.

조교나 대학원생 등에게 돌아갈 몫이 교수 개인 주머니로 들어가고 연구보조자들은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팀일수록 팽배했지만 누구도 그런 교수들의 관행에 제동을 걸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사람이 없었기에 그저 술자리 푸념 수준으로 넘어가곤 했다.
 
그런데 이번 황교수 팀의 경우는 연구 내용의 진위 공방으로 치달아가는 기회에 아예 연구비 사용 실태 조사로까지 확대되고 교수들의 오랜 관행 가운데 하나였던 부적절한 배분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아무리 오래된 관행일지라도 잘못된 것이라면 시정돼야 마땅하고 또 불법을 저질렀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황교수 팀의 연구 성과를 둘러싸고 조사를 벌여온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대중적 입장에서 보자면 황교수보다 더 신뢰 받을 처지에 있지도 않다는 데 문제가 있을 듯하다.
 
서울대 조사위 조사 내용이 다 사실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황교수 연구분야나 그동안의 성과가 워낙 국제적 관심사였던 이유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대중적 입장이다.
 
따라서 누구나 다 저지르는 불법 관행을 왜 유독 황교수에게만 엄격하게 적용하느냐는 반발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검찰은 이 기회에 아예 대학 교수들의 연구 프로젝트 진행 과정들을 전면적으로 수사해 봄으로써 대중적 불만이나 불신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소소한 프로젝트까지 다 조사하기 힘들다면 적어도 정부 발주 프로젝트 중 웬만큼 규모가 큰 프로젝트만이라도 두루 조사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필요 없어서라기보다 계기를 못잡아 손 못대온 사안이 아닌가.

그렇게만 된다면 소위 ‘황우석 죽이기’ 논란에서 검찰이 빗겨가기도 수월할 것이다.
 
황우석 띄우기에 앞장서던 언론들이 갑자기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고 남의 사냥감을 갈취해 뜯어먹는 하이에나로 변신, 너나없이 황우석 죽이기에 몰입하고 있지만 검찰이 그런 언론에 휘둘리는 것은 어느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언론의 그런 쏠림 현상은 오히려 궁금증 많은 대중들을 ‘음모론’으로 밀어붙이는 역할만 하고 있다. 불법은 분명히 법이 처리할 문제인데 누구의 불법은 괜찮고 누구는 안 된다는 거냐는 불만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그동안 대학 교수들이 학위 혹은 학점 받기로 칼끝에 선 제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며 원성을 사온 일이 적지 않은 터이니 검찰로서는 기획수사라도 벌여야 합당한 사안이었다.
 
이번 기회를 이용해 아예 학계의 오래 묵은 잘못된 관행 하나를 바로 잡는다면 그건 학계는 물론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의 발전을 위해서도 큰 수확이 될 것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