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M&A와 노사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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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로 나온 외환은행이 현 소유주인 론스타에 헐값 매각됐었다는 의혹이 새삼 불거지며 감사원이 다음달 감사에 들어가게 될 모양이다.
 
국회가 모처럼 여야 합의로 정부의 외환은행 불법매각 의혹에 대한 감사청구안을 상임위 의결, 월내 국회통과로 끌어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IMF 쪽의 요구가 다소 무리하더라도 다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다급한 상황은 인정하더라도 어디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명확히 파악해두는 것은 경제외교의 지침 마련 차원에서도 참고될 수 있으므로 정쟁 차원을 벗어나 확인,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정치권의 이번 움직임 때문에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든 국내 은행들도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듯하다. 소유과정 적합성 여부가 판가름 나면 매각조건에서부터 많은 변화가 나타날 테니 외환은행 매각 시기 자체가 상당히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되돌아보면 외환은행은 론스타에 매각될 당시에도 노조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지금 국회가 지적한 문제들이 이미 당시 노조의 발표 문건들에 다 들어있었던 것이어서 뒤늦은 정치권의 대응이 새삼스럽다는 인상을 주며 정쟁의 색깔을 온전히 벗기기 어렵게 한다. 왜 당시에는 노조의 일리 있는 주장들이 주목받지 못했을까.

노조의 문제제기를 통상 노동자들의 밥그릇 지키기로만 보려는 편견이 알게 모르게 우리의 올바른 판단을 가로막는 경우가 많다. 물론 노동자들로서 밥그릇 지키기는 정당한 권리행사이기도 하다.
 
다만 노동자들의 이익과 국가사회적 이익이 충돌할 때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 갈등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공생의 지혜를 모색하다보면 사회가 한단계 진보하는 성취를 볼 수도 있어 갈등 자체가 문제라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어떤 사안이든 선입관에 사로잡혀 있으면 문제의 본질을 외면, 피해를 키우게 된다. 아무리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하는 항변이라도 그 안에는 상대가 인식하지 못했거나 애써 무시하는 커다란 문제들을 지적하는 진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문제 외에 쌍용화재 매각 문제로 또 노조와 정책 당국 간의 갈등이 노출돼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쌍용화재의 지배주주를 새롭게 선정하는 과정에서 다른 인수참여 의향사들에 대한 특혜성 할인 배정은 안된다고 불가 조치하면서 태광산업에 대해서만 제3자 배정을 묵인, 허용하고 불과 열흘만에 지배주주 승인까지 내준 것을 노조가 문제 삼은 것이다.

물론 노조 입장에서는 태광산업의 탈많은 노사관계 때문에 더욱 거부하는 입장일 것이다. 이런 경우 경영자 입장에서는 노조의 주장을 애써 무시하고 싶은 심정일 법하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갈등 사안에 대해 결코 어느 한 편의 입장에서만 봐서는 안된다.

태광산업은 이미 생명보험사인 흥국생명을 갖고 있으니 화재보험사 하나 더 가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미 삼성그룹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보험을 갖고 있는 전례도 있으니 더욱 그렇다.

그러나 심각한 노사갈등으로 경영실적의 악화를 초래한데다 끝내 그 처리과정 조차 매끄럽지 못했던 전력이 있는 새 주인이 들어설 경우 노사관계가 매끄럽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로 인한 문제 발생 소지는 여느 경우에 비해 매우 커질 게 뻔하다.
 
그러면서 회사의 정상적 회생이 가능해질지를 정부는 냉정하게 저울질해 봐야 한다. 단지 갈등을 회피하라는 것이 아니다. 서투른 요리사에게 함부로 칼과 도마를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앞으로 금융기관 M&A는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그 승인 권한은 여전히 당국이 쥐고 있다. 따라서 결과에 따른 책임도 당국의 몫일 수밖에 없다. 선택의 지혜가 중요하다.

승인을 위한 세부요건에 앞으로는 노사갈등 수습과 관련한 평점도 포함시키는 것이 세계화 추세와 더불어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미리 대비하는 지혜가 될 수 있다.
 
노동자 편애가 아니라 인수기업의 성공을 위해서도 노사관계를 제대로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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