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이 부른 세월호 참사
안전불감증이 부른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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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어린 학생들의 대량 참사다. 가족이 포함되지 않은 국민들 입장에서조차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진다. 부디 실종 상태인 학생들이 모두 구조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듣고 싶다. 그러나 불행히도 국내 최대 여객선이라는 세월호 침몰사고는 현지 해상상황 등으로 미뤄볼 때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안타까울 뿐이다.

실종자 가족들 입장에서는 구조활동이 더디기만 할 터이니 절망감과 분노가 치밀겠지만 구조대원들의 안전 또한 소홀히해 2차 피해까지 불러오는 일도 삼가할 일이다. 과거 천안함 사건 때도 그랬지만 해난사고의 경우 구조활동 중에 조난을 당하는 일이 적잖으니 답답한 심정대로 재촉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번 사고가 하필 지방선거를 한달 여 앞두고 일어나니 언제나 그랬듯 대통령부터 여야 정치인들의 사고수습 현장 방문이 줄을 잇는 듯하다. 이 또한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정치인들로서는 민생에 대한 관심도를 과시하기에 적합한 이슈일지 모르지만 수색활동에 몰두해도 시원찮을 구조본부가 브리핑에 시간과 노력을 쏟게 하는 낭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가 날 때마다 우리는 '어떻게 이런 일이...' 하는 식의 한탄을 반복하지만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치유되고 있는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안전행정부로 이름까지 바꿔 출범한지 벌써 1년여가 됐지만 이번에도 여느 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갖가지 구조 시스템 미비 상태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법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다지만 국내 최대규모 여객기의 선장은 2급 항해사였고 침몰 당시 조타실을 맡았던 항해사는 3급 항해사로서 경력 1년 남짓된 초보였다고 한다. 그나마 이 배에 투입된지는 5개월이 채 안돼 40여회 운항한 것이 전부라고 한다. 그러니 이번처럼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나 권고항로를 벗어나서 항해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긴급상황 대처에 경험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베테랑 조타수들의 증언으로 봐서도 그런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다. 이번 세월호가 좌초된 지역은 이순신 장군이 거센 물살을 활용해 세계 해전 사상 가장 극적인 승리를 가져왔던 울돌목에 비견되는 맹골수도 지역이어서 경험이 충분치 않은 항해사로서는 빠져나가기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물론 선장은 베테랑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침몰이 시작된 시점부터 그 이후의 행적을 보면 과연 믿을 수 있는 경력인지 의심스럽다.

승객들에게는 계속 객실로 들어가 대기토록 방송하면서 선원들 먼저 서둘러 탈출한 것도 그렇고 조난신고를 제 때 하지 않은 태도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체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다. 승선 인원을 대폭 늘리기 위해 선미 부분에 증축을 했다는 데 항해사의 표현을 빌리면 차량 뒷부분에 무거운 짐이 실린 것같은 상태라니 흔들림이 큰 상태에서 좌초 위험은 급격히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박의 정기검진에서도 문제가 없었다지만 그런 무리한 증축으로 인해 무게 중심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은 여러 증언들로 미뤄볼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구조장비 역시 충분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선원들이 승객 구조활동을 제대로 하지도 않고 서둘러 먼저 탈출하려 했다는 것은 선내에 구조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도 한 요인이지 않았을까 짐작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관계 당국이 과연 할 일을 제대로 했는지도 의심이 든다. 여객선은 민간항공기 만큼이나 각종 사고나 테러 등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출항 전후의 인원 점검이나 각종 안전 점검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데 이번 사고 직후 거의 하루 이상을 승선 인원수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혼선을 빚었지 않은가.

게다가 사고 후에 관계 당국이 보여주는 갈팡질팡하는 대처도 답답함을 더해 준다. 안전사고에 대한 대처법 정도는 충분한 매뉴얼이 마련돼 있으리라 믿는 일반 국민들로서는 그런 정부를 보는 시각이 불안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일들 모두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거듭 확인시켜주는 상황들이어서 이번 사고를 보는 심정이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한두번도 아니고 지난해에 잇달아 터졌던 대형사고들을 겪고도 우리 정부의 대처가 그다지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크다. 툭하면 천재냐, 인재냐를 따지지만 이번처럼 명백한 인재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안전한 대한민국은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더는 인재로 인해 애꿎은 생명들이 스러져 가는 일들을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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