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자초한 시스템은 놔둘 참인가
재난 자초한 시스템은 놔둘 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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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에 모든 언론이 전력투구하는 까닭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나서서 하는 일이나 집권여당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말들, 언론이 여론을 몰고 가는 방향 등을 보고 있자면 앞으로도 이런 사건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싶어 심란하다.

언론에 휘둘리는 여론은 선장을 비롯한 선박직 승무원들의 무책임에 분통 터트리는 수준에서 맴돌고 언론을 통해 드러나는 정부나 여론주도층의 뜻도 그들을 희생양 삼아 문제의 근본은 덮고 넘어가자는 식은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선장의 행태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이지만 그들 탓만 하기에는 문제의 뿌리가 너무 깊어 보인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보면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아득해 보일 지경이다.

우선 선박 자체의 안정성이 극히 의심스러운데다 그 많은 생명의 안전을 맡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선원들의 경력과 근무여건 등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그걸 누구에게 믿고 맡길 수 있을 것인지조차 갈피를 잡기 힘들어 보인다. 선원들의 면면을 보자면 마치 병적인 지휘관에게 전장의 신참들만 붙여주고 위험한 작전을 수행하게 하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최고 지휘관들의 책임은 덮어두고 문제를 일으킨 일선 군인들에만 책임을 묻는 것 같은 여론이 너무 잔인해보이기까지 한다.

선장의 경력이 제법 된다고는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보는 소감을 말하자면 아마도 어선이나 상선 경력만 있고 여객선 경력은 없는 게 아닌가 싶어 보인다. 승객들은 조난시 내버리고 탈출해도 되는 화물처럼 취급한 것이 아닌가 싶다. 선원들의 안전만 우선 챙기면 책임을 다 한 것으로 여긴 흔적이 너무 뚜렷하기 때문이다. 배를 오래 탔다고 다 똑같은 경력은 아닐 터인데 그의 승선 경력이 정말 여객선 경력인지도 따져봐야 할 것만 같다.

두 번째로 해경은 이제까지 드러난 각종 대처에서 도대체 무얼 하기 위한 조직인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구조요청을 접수하는 과정과 그 이후의 대처에 전혀 신뢰를 받기 어렵게 행동한 것은 물론 긴급구조를 위해 서둘러 달려간 민간들을 대하는 태도 또한 구조보다 앞선 해경의 권위가 우선이었는지 혹은 은폐할 무언가가 있어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전문가가 아닌 눈에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안전행정부는 지난 1년여 동안 각종 사고에 대비하는 무슨 안전대책을 구축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이미 지난 한 해 동안에만 해도 잇단 불산 누출사고 등을 비롯한 대형 사고들이 줄을 이었지만 과문한 탓인지 아직 뚜렷한 대책을 내놨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사고가 터진 직후 대처를 보면 그저 마냥 허둥대느라 참으로 귀한 초기 대응시간을 다 흘려보냈다.

이름으로만 행정보다 안전이 강조되면 뭘 하나. 구명정도 구명조끼도 제 구실하기 힘든 대형 여객선을 출항하도록 눈 뜨고 구경만 한 것인지, 혹은 한통속으로 부실화의 이득을 나눠 챙겼는지 모를 관련 정부기관이 어디 그 두 곳 뿐이 아니라는 것이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저런 선박이 버젓이 승객을 싣고 바다로 나가는 데 그걸 관련 기관에서 몰랐다면 그런 무능력도 심각한 문제다. 그런 무능하고 무책임한, 혹은 부패한 공무원들에게 국민 혈세로 월급주고 일을 맡긴 것이라면 국민은 누굴 믿고 살아가야 하나.

그래도 이런 문제는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조금씩 개선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리라는 작은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다. 해외에서는 한국의 해운 안전문제가 고질적인 것이라고 꼬집는다지만 그런 비판에라도 귀를 기울여준다면 그래도 개선의 여지가 조금 생길 터다. 그러나 부정한 자본이 회사를 다 말아먹고도 죽지도 않고 되살아나서 같은 업종에 나서도 한국사회는 그런 자본을 막을 힘도 의지도 없다는 것이 더 심각하다.

검찰이 자본 은닉처로 주목되고 있는 사이비 종교단체 구원파와 유병언 일가의 관계사에 대해 자금흐름을 추적한다지만 우리 시스템이 이미 법정관리제도를 통해 그의 부채를 털어주고 불과 373억원으로 5천600억원짜리 세모그룹을 재건하도록 도와준 셈이다. 근본 문제가 이 정도 지적한 것에만 그치지는 않을 터. 이런 시스템을 놔두고는 사고의 연속을 막을 수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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