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 함축하고 기억 용이해야 상품도 성공
최근 신한카드는 골프전문 포털사이트인 골프스카이와 제휴를 맺고 ‘신한 골프스카이 알바트로스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가 출시된 이후 많은 사람들은 “카드 이름이 왜 이렇게 어려워”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휴사 이름을 집어넣어 카드이름이 그렇지 않아도 긴데, 일반인에게는 익숙치 않은 ‘알바트로스’라는 긴 영어이름까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이 카드가 탐이 날 것이다. 제휴를 맺은 업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카드는 골프관련 서비스로 무장한 신용카드다. 이 카드 회원에게는 지금까지 타 골프카드에서는 제공되지 않던 유명 브랜드의 최신 골프채를 무료로 대여해주는 서비스가 첨부됐다.
여기에 ‘알바트로스’라는 카드 이름이 골퍼를 유혹할만하기 때문이다. 알바트로스(Albatross)는 홀인원과 함께 모든 골퍼의 꿈이다. 기본 타수보다 3타 적게 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쩌면 홀인원보다 더 힘든 것이 알바트로스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카드사들은 카드 하나를 출시하면서도 그 이름에 많은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과거에는 일반, 골드, 플래티늄카드와 제휴사 이름이 들어간 카드가 그 이름의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한 알바트로스카드처럼 특정 계층만을 위한 카드에는 그들만이 알 수 있는 이름을, 일반 다수를 위한 카드에는 모든 사람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이름으로 작명을 하고 있다.
동양카드를 인수한 현대카드는 지난 2002년 자체적인 브랜드 ‘현대카드M'을 출시했다. 당시 M의 의미는 모그룹인 현대자동차를 구입할 때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뜻을 가진 ‘Motor'의 의미였다. 그러나 2003년 이 카드를 리모델링 하면서 M의 의미를 ‘Multy'로 확장했다.
이후 현대카드는 알파벳 마케팅을 도입, 쇼핑카드인 ‘S’, 대학생을 위한 ‘U’, 이동통신 할인을 제공하는 ‘T’, 아시아나항공 및 대한한공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A’와 ‘K’, 금리우대를 해주는 캐시백 카드 ‘I’', 체크카드인 ‘C’등 지금까지 총 8종의 알파벳 카드를 출시했다.
현대카드는 알파벳 카드를 출시한 이후 사내외에서 알파벳을 이용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대카드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알파벳으로 이름을 정하기 때문에 새로운 카드 작명에 크게 고심하지 않아도 되지만, 반대로 카드 특성과 알파벳을 연결시키는 것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알파벳을 카드 이름으로 이용한 곳은 현대카드뿐만 아니다. 삼성카드도 ‘T-클래스카드’라는 알파벳을 이용한 카드가 있다. 이 카드는 워낙 인기를 모아 많은 사람들이 ‘T'의 의미를 알고 있다. 바로 여행을 뜻하는 ‘Travel’이다. 그러나 삼성카드는 여기에 서비스도 역시라는 의미의 ‘Too’, 주말 이틀간을 의미하는 ‘Two’, 레저카드 최고의 서비스라는 의미의 ‘Top’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LG카드의 위키(Weeki)카드는 따온 어원과 발음에서 나타나는 두가지의 의미가 있다. 레저카드인 위키카드는 Weekend에서 따온 단어로 발음이 특이해 기억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동일한 발음인 Wiki는 하와이어로 ‘빨리’라는 뜻이 있다.
LG카드는 또 금년초 카드업계 최초로 외식전용 기프트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 이름은 ‘얌야미(Yumyummy)카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소리인 유아어 냠냠(Yumyum)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맛있게 먹는 소리에서 작명을 했지만, 이름이 너무 가벼워서인지 박해춘 사장은 이 이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말 프리미엄 계층을 공략하기 위한 ‘샤롯데 플래티늄카드’를 출시했다. 롯데카드가 아멕스를 제외하고 처음 선보이는 고급카드다. ‘샤롯데’는 롯데그룹의 기업 명칭 어원인 독일의 문호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롯데를 차용한 것으로 순수와 정열의 상징이자 영원히 사랑 받는 구원의 여인상이다. 카드 이미지도 19세기 프랑스 유명 작가 죠셉 프레드릭의 작품을 여주인공 샤롯데 이미지로 원용했다.
그룹의 이미지와 함께 여인상을 모델로 한 만큼 그 서비스도 쇼핑서비스를 대폭 강화했다.
고객이 카드 이름으로 카드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카드 특징을 이름에 얼마나 잘 융화시키느냐는 그 카드가 ‘대박’ 상품이 되는지 아닌지를 결정할 수는 있다.
카드사 상품개발팀의 주된 고민거리는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냐 이겠지만, 카드 이름 작명의 기술에도 상품의 성공 여부가 어느 정도는 달려있어 보인다.
김성욱 기자 wscorpio@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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