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카드채 해법의 그늘 ①
(연속기획)카드채 해법의 그늘 ①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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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비공개 구태 회귀...시장 자정 능력 훼손.


정부의 두 차례에 걸친 금융시장 안정대책으로 일단 카드채로 야기된 금융시장 불안은 어느정도 진정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전 전개 양상에 따른 시장 전반의 분위기 탓도 있지만 카드사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치고 대주주 회사의 주가도 덩달아 널뛰기 장세를 연출할만큼의 위력을 보였다.
그러나 과연 시장이 희희낙락할만큼 이번 카드사 해법이 적절한 조치였는가에 대해서는 S&P 같은 외국 신용평가기관을은 물론 국내 금융권 곳곳에서도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정부 정책이 왜 이렇게 관계자들에게 미덥지 못한지 그 크고 작은 이유들을 몇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이번 카드채 해법 과정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정부가 정확한 데이터를 끝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카드사 전체 회사채 규모가 88조8천억원이라는 것, 이 중 연체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급히 14조7천억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밝혔지만 각 카드사별로 정확한 연체율은 얼마인지, 연체 금액이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공개되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불려간 한 인사는 문제가 되는 투신사 카드채 규모가 13조원 이상이란 걸(금감원에) 불려가서야 알았다며 그리고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도록 몇 번이나 언질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인사의 말대로라면 정부가 적당한 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정보를 절대 공개하지 말라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시장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경제 각 주체가 합리적 판단과 선택을 내리는 곳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독점한 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우리가 세운 대책대로 따르라고 지시만 했다. 소위 경제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정보 비대칭성에 따른 시장 왜곡 현상을 정부 스스로가 유도한 것이다. 이런 시장에서 합리적 판단을 기대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정보 비대칭성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된다. 지난 3일 은행연합회에서 가진 은행장간담회에서 각 은행장들은 투신사 카드채 매입을 위한 은행별 분담 금액이 적힌 노란 봉투를 건네 받았다. 다른 은행들이 얼마를 부담하는지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분담 기준도 듣지 못했다. 그저 추측만 무성할 뿐이었다. 그리고는 언론에 공개하지 말 것을 주문하며 작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이상 갹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겉으로는 논의였지만 실상은 통보였다.

한 참석자는 신문 기사에는 금정협 결과를 논의하고 브리지론 조성에 동의했다고 나왔지만 실상은 달랐다며 카드사와 MOU를 체결했다는 말만 하며 그저 정부를 믿고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몇 년간 공적자금이 투입된 시중 은행들이 정부의 이런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부실을 더욱 키웠고 외환·조흥·우리은행 등은 아직도 그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매 사건 때마다 은행들은 정부로부터 채권회수에 대해 확답을 받곤 했지만 경험상 성공한 사례보다 실패한 사례가 훨씬 더 많았다. 이런 연유로 지난 달 주총 때는 어느 은행 할 것없이 소액주주들로부터 제발 무리한 정부 요구는 거절 좀 하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거절하기는 어렵다. 외국인 경영자인 제일은행 코헨 행장이 기존 부실이야 감수하겠지만 새로운 리스크는 더 이상 부담할 수 없다고 회의 석상에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언론 보도가 나가자 제일은행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공개적으로 부인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런 와중에 몇몇 시중은행에서는 감사원 감사가 진행됐다.

감사원 감사가 같은 시기에 진행된 것은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어차피 이루어질 정기감사였고 감사원과 재경부가 서로 어느 편에서건 지휘권을 가질 관계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의 카드사 해법이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진행되다보니 한 쪽에서는 감사의 칼날을 휘두르면서 정보 공개는 하지 않고 밀실에서 짠 계획을 그대로 은행들에게 따르라는 모양새로 비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재경부의 카드채 해결 방식은 설사 문제가 잘 해결되더라도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남긴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누누히 강조했던 약속, 즉 투명한 경영정보를 통해 시장의 감시능력을 넓혀 문제 기업은 수시로 퇴출되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던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번 카드사 해법으로만 보면 문제가 익을 대로 익어 홍시가 될 때까지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가 문제가 터지고서야 시장에 공개하겠다는 구태의 반복 이상으로는 읽히지 않는다. 이는 시장의 자정 능력과는 무관하며 시장원리에도 반한다.

정부가 시장을 믿지 못한데서 이런 정부 행태가 나왔다고 본다면 지나친 억측인가. 설사 국내 금융사들이 정부의 정책의지를 긍정적 시선으로 봐 준다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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