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와 이치로
론스타와 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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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정이 끝나 관심이 한 풀 꺽였지만 세계야구월드컵이라 불린 WBC 기간 내내 한국 대표선수 못지 않게 국내 언론이나 네티즌 등의 관심을 붙들어 맨 외국인 선수가 일본 대표팀 주장 이치로 스즈끼였다. 한마디로 "재수없다"는 국내 대중들의 평가 속에 연일 그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국내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까지 연일 들락거리며 우리 국민들의 신경을 교묘하게 긁어댔다. 그리고 끝내는 그 일본팀이 어부지리와 행운의 연속으로 우승하며 그 이치로 선수의 기고만장한 인터뷰까지 지켜보는 매우 씁쓸한 경험도 나눴다.

그런데 이치로 선수는 국내에서의 그런 불쾌한 인상과 달리 일본내에서는 광고시장에서의 몸값이 급등, 3억엔(약 25억원)까지 치솟았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라니 듣는 우리는 더 찝찝한 기분이 된다. 일본 내에서는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른 감정 표현을 솔직하게 하며 일본팀의 결속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 점이 높이 평가된다는 것이라 한다. 평소 감정 표현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못하는 일본인들의 대리만족이라면 이해 안될 것도 없지만 우리에게 무례한 언행을 잇달아 한 대가로 그의 몸값이 오른다니 그 소식을 접하는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종사하는 분야에 관계없이 전국민의 관심을 끌어모으던 WBC는 끝났다. 그리고 금융계는 이제 새로운 화제에 관심이 쏠려가고 있다.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각 문제다. 뉴스포탈 한 곳을 검색해보니 22일 오전 중 당일 올라온 론스타 관련 기사만 무려 30개에 달한다.

이 론스타는 지금 경제적 이슈로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뜨거운 감자로 변화해가는 듯 싶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부터 적격성에 문제가 있었으나 당국이 밀어부치듯 일처리를 한 결과 국내 은행의 내재가치 중 상당부분이 저들의 손에 고스란히 다 넘어가고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그런 차익을 얻은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세금 한푼 변변히 걷기 어렵다면 정치적 부담이 안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런데 더 문제는 지금 국내 금융기관들의 인수 경쟁에 국내적 시각에서 보자면 정체도 애매한(?) 외국계 자본 하나가 더 끼어들며 몸값 끌어올리기에 나서 론스타의 돈벌이를 더 시켜주고 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이라는 이름만으로 보자면 우리식 사고로는 싱가포르 정부 산하의 국책은행인가 싶지만 형식상으로는 그건 아닌 성싶다. 그런데 다시 뒤집어보면 DBS의 최대주주는 테마섹이고 그 테마섹의 뒤에는 싱가포르 정부가 있다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라 하니 참 그 관계 한번 기묘하다. 깊은 내막을 다 밝혀내기는 어렵지만 DBS의 처음 출발은 화교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싱가포르에서 그들 자본을 중국계 국가 대상 투자를 이끌어 갈 금융자본이라는 명분으로 결집시킨 후 싱가포르 정부의 입맛에 맞게 운영해온 게 아닌가 싶다.

그런 동남아 국적 자본이 국내 금융기관 인수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하고 전직 외환은행 임원들이나 노조는 그런 또 다른 외국계 자본을 지지한다고 나서는, 한발 물러선 자리에서 보자면 좀 어지러워 보이는 그림이 동영상처럼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일단 최고가를 제시했다는 DBS를 "외환은행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하는 외환은행 전임자들의 시각도 관전자 입장에서는 일단 재미있고 노조는 노조대로 고용안정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는 듯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 하다. 싱가포르 자본의 일반적인 대 노조 시각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는지는 차치하고 본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데 금감원은 또 뒤늦은 끼어들기로 구설수를 자초하는 모습이다. 싱가포르 정부와의 관계, 빨리 팔아치우고 떠나려는 론스타와 그 뒷배경이 되고 있는 미국 공화당 정권, 그들과의 관계를 불편하지 않게 하면서 국내에서의 후탈도 줄이고 싶은 재경부, 그런 재경부를 지켜보다 소신없이 어정쩡한 자세로 내리는 금감원의 선택이 늘 그렇듯 박자를 못맞춰 덤터기만 쓰고 끝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안쓰럽다. 싱가포르 정부와 미국 공화당 정부 사이의 주고받는 그 무엇까지 우리가 아는 체 할 필요는 없을텐데 학교 우등생 재경부는 걱정이 너무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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