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받는 동아시아의 미래
위협받는 동아시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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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평화헌법은 아직 손대지 않았지만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함으로써 앞으로 주변국가 어디에나 공격행위를 하고 나설 발판을 만들었다. 표면상으로는 ‘일본의 안보가 위협을 받으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침략전쟁을 일으키고 싶은 국가가 명분이 없어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는 경우는 없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터다.

이래서 주변국들, 특히 일제 식민지를 경험한 한국은 그런 일본의 움직임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이 일본의 전력강화에 적극 동의하고 나섬으로써 100여 년 전 일본의 조선 병탄을 상호 묵인한 미`일 간의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기억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심사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일본이 재무장을 위해 지난 수 십 년 간 공을 들여왔던 터라 이번 사태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보다는 미국이 지금 일본의 재무장에 손을 들어주는 것에 불쾌감이 더 든다. 중동지역에서 끊임없이 지역분쟁을 부채질하며 미국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각종 이권을 챙겨온 미국에게 있어서 일본의 재무장을 지지하는 것은 결국 동아시아를 새로운 전장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의 표현이나 다름없다.

물론 미국 입장에서는 지는 해에 비유되는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 패권국가를 꿈꾸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아시아의 패권국가를 꿈꾸는 일본을 지원해주자는 의도도 있겠지만 결국 동아시아에서 패권전쟁이 벌어지면 미국은 유럽에 이어 중동에서 그랬듯이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거대 시장을 얻게 되리라는 계산이 앞서 있으리라.

지역 패권전쟁이 벌어지고 추락하지 않은 곳은 없었다. 유럽내 패권전쟁에서 촉발된 2차 대전을 통해 19세기 세계를 주름잡던 유럽은 쇠락의 길을 걷는 반면 미국은 세계 패권국가로 올라섰다. 미국 본토는 전쟁의 피해를 입지도 않으면서 막대한 군수품 산업으로 전후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며 군사대국으로 발전했다. 또 그들만의 아성에서 외부의 개입 없이 나름대로의 평화를 누리던 중동지역은 유럽에 이어 미국까지 나서며 지역전쟁으로 날이 지고 새는 형편이 되면서 그 막대한 석유자원을 갖고도 세계사에서 별 맥을 못 추고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갈등으로도 모자라 같은 이슬람교 내에서 다시 시아파와 수니파가 갈등하며 역내 전투가 끊이지 않는 중동은 지금 스스로의 힘을 갉아먹고 있다. 19세기 유럽의 텃밭이 되어 있는 대로 수탈당하던 아프리카는 2차 대전 이후 점차적으로 정치적 독립을 찾아가는 듯 했으나 사라지지 않는 경제적 수탈에 이은 강대국들의 재래식 무기 소비처가 되어 내전이 끊임없이 벌어지며 인구 감소마저 겪고 있다.

그런 현상이 전투로 인한 사망 때문만은 아니다. 전투 집단들에 의해 자행되는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폭력과 인권유린은 말할 것도 없고 가장 기본적인 식량의 절대 부족 속에 어린 아이들의 영양실조와 그로 인한 사망이 인권을 말하기조차 민망하게 만든다. 산업사회의 번성이 이런 비극들을 줄이기는커녕 나날이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제 다음 차례는 아시아인가. 한민족은 이미 6.25를 통해 강대국들의 대리전을 치른 바 있다. 바로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처한 민족 분단이 초래한 민족 내전이었다. 하나의 나라가 식민통치를 벗어나면서 두 개의 정부로 찢어진 데에 그 비극의 출발점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어느 경우라도 당사자들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닥쳐오는 민족 운명에 대처했더라면 겪지 않았을 비극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미 식민지배를 초래할 때부터 지배계급은 사리사욕에 빠져 있었고 모든 대중이 다 각성할 만큼 교육을 받을 수도 없었다. 그러니 식민지배 하에서의 교육이야 말할 것도 없지 않겠는가. 대중은 각성하지 못했고 지배계급은 민족 전체의 집단적 이익보다 개인의 사욕에 눈이 먼 상태에서 외세는 끊임없이 내부 분열을 획책하니 스스로를 초토화시키는 무모하고 무의미한 전쟁을 피해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는 물론 어쩌면 동아시아 전체가 그런 위기를 함께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재무장은 그래서 더 걱정스럽다. 물론 어느 편에건 붙어야 산다고 믿는 사대주의의 찌꺼기가 아직 의식 속에 잠재된 민족의 미래는 더 암담할 터이지만.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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