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우선주의 정책의 역설
대기업 우선주의 정책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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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3% 중후반대로 상당폭의 하향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들이 흘러나온다. 당초 정부의 성장전망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4%대의 높은 수준을 고집했던 이유가 다분히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보였던 이유도 거기 있었다.

그런데 정부의 성장전망치 하향조정설이 나오는 시점은 공교롭게도 한국 경제의 양대 바퀴 구실을 하는 삼성전자와 자동차산업의 실적부진 소식이 전해진 직후여서 전망의 어두움을 더 짙게 한다. 한국은행은 여전히 기준금리를 동결해 14개월째 2.50% 수준을 고수하고 있으며 환율은 더 이상 오를 기미가 안 보인다. 새로운 성장 동력은 찾아내지 못한 채 오로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삼성전자와 현대차 두 곳에만 의존하고 있다. 마치 한국경제가 진창길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만 같아 답답하기 그지없다.

한국은행이 준비된 지원 자금 3조원을 적극적으로 풀어 지금의 꽉막힌 듯한 상황을 어떻게든 뚫어 보겠다고 한다. 정부는 이달 중에 비정규직`자영업자 등의 소득증대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대책을 찾아보려는 정부의 노력은 가상하다. 그러나 과연 초점이 제대로 맞은 해법이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동안 부동산 대책 등 정부가 내놓았던 대책들 가운데 뚜렷한 성과를 거둔 것이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기대수준을 낮추고 지켜보게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선 이제까지 나온 정책들은 하나같이 기존 틀을 고수하고 있어 참신함이 부족하다. 일자리가 늘어야 소득이 늘고 소득이 늘어야 소비도 는다는 단순셈법에 지나치게 매몰돼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지나친 불균형으로 소비지출 증가에 한계가 있는 현실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정부의 논리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일자리가 대기업들의 성장에 의해서만 생긴다는 방식으로는 현재 당면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겠다는 걱정이 더 크다는 데 있다.

그동안 정부가 들려준 이러저러한 비전들로 보자면 현 정부도 대기업에 의해서만 일자리가 늘거라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금의 집행이나 금리 관리 등에 있어서는 대기업 중심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싶어 걱정스럽다. 한국의 미래가 어느 강대국에 붙어야 안전할까를 생각하는 이 사회 오피니언 리더 그룹의 의식구조와 일맥상통하는 현상이 경제정책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조선조 500년간의 사대주의 노선이 워낙 뿌리 깊게 남아있는 탓에 한국의 외교정책이나 국방정책 못지않게 큰 것만을 선호하는 의식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지배하고 있어서 경제정책 또한 그런 현상을 보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이 가진 장점이 적지 않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기업 제품을 구매할 때 이득이 되는 점이 많아 선호도가 높은 것도 현실이다. 그러니 대기업이 한 사회 내에서 지배적 지위를 획득하기는 수월하다. 하지만 이는 마치 정치적 혼란기에 영웅의 등장을 갈구하며 독재정권도 마다하지 않는 대중의 잘못된 열광과 진배없어 보인다. 그 끝이 쓰디쓴 결과를 초래할지라도 당장의 단맛을 쫓아가는 일벌들처럼 우리는 그렇게 대기업 우선주의 정책에도 동조하며 사회적 부를 몰아줘 왔다.

이제까지 기준금리를 올리면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고 이는 곧 국가경제가 파탄나는 일이라는 식의 호들갑스러운 정부의 선동에 고개를 끄덕이며 부를 몰아주는데 동참했다. 그러나 거대해진 대기업들이 우리 사회에 주는 것은 고작 인절미 고명 묻히다가 떨어진 떡고물 정도는 아니었을까. 그 떡고물 좀 얻어먹겠다고 그들에게 몰아준 재화는 얼마나 컸던가에 대해 아직도 우리 사회는 큰 고민 따위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제 삼성이 멈추면 한국경제도 따라 멈춰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이들이 아주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국민 대다수는 총량적 경제성장률을 견인하는 그들 대기업에 의해 정부 정책이 끌려 다니는 현상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 기준금리 동결이 과연 하우스푸어와 중소기업을 위한 일인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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