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로 쏠린 민심, 보상 받을까
경제로 쏠린 민심, 보상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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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하면서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이 내세운 최경환표 경제정책들이 힘을 받았다. 민심이 지난 과실에 대한 평가보다는 향후 경기전망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점을 뚜렷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일단 선거 결과에 고무된 정부의 분위기는 “경제정책 추진의 흐름은 만들어진 것 같다”고 최경환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부총리와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했던 모두발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향후 경제정책 방향을 가늠해보기에 충분해 보인다.

26조원의 돈을 풀어 내수 진작을 꾀함으로써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성장드라이브가 다시 가동될 것이다. 경제를 살리면서 국가혁신에도 매진하겠다지만 방점은 경제성장에 힘이 쏠릴 것으로 읽힌다. 이런 정부의 의욕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설사 성공한다 해도 그 여파는 돈이 돈 있는 곳으로 몰려들고 개인은 상대적으로 더 궁핍해질 테지만 사회적으로는 성장의 환상이 커질 수도 있다.

당장 최경환의 등장으로 코스피는 탄력을 받는 듯하다. 그러나 코스닥은 탄력이 삭아들고 있다. 그 이유를 투자되지 않는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방침이 천명되면서 배당이 늘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사내유보가 많은 대기업들로 투자가 몰리는 것이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전부인지 아리송하다.

사내유보가 많은 주식은 본래 주가가 비싼데 새삼 배당수익을 기대해서 고가의 주식에 매기가 몰린다는 해석을 쉽게 수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인 투자가 고배당 가능성이 높은 주식으로 몰려든다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 이면에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장드라이브로 기울면 결국 그 수혜는 대기업에 우선될 수밖에 없다는 경험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창조경제의 중심이라던 코스닥이 휘청거린다는 것은 결국 창조경제라는 정치적 이슈가 당장 발등의 불로 여겨지는 성장드라이브에 치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투자 대중의 판단이 그 밑바탕에 자리했을 것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지 않을까. 결국 대중은 성장이라는 미래의 과실을 맛보기를 열망하고 있지만 정부의 경제정책은 미래의 터전을 다질 창조적 기업의 육성 대신 당장 성장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뿌리부터 캐먹으려 드는 것으로 보여 그 미래의 과실 맛을 제대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성장에 목마른 정부가 추진할 국가혁신의 방향 또한 같은 연장선상에서 대기업 위주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쪽으로 힘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규제 개혁을 넘어 ‘규제혁파’를 내세우는 정부의 국가혁신 방향이 과연 참신한 아이템으로 새로이 사업을 시작하려는 벤처기업들을 위한 게 될 것인지, 이제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큰 기대를 갖기 어렵게 한다.

한국의 경제정책 시스템에서 진즉 사라졌어야 할 갖가지 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외국 기업들에게는 주어지는 각종 행정서비스도 국내 기업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아 역차별 논란도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그런 규제들을 풀어야 하는 것은 맞다.

외국에 투자할 때는 원스톱 서비스를 받으며 힘을 소진하지 않고도 신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려면 이곳저곳에 제출해야 할 서류만 산더미 같아 사업 시작도 하기 전에 진이 빠진다는 하소연도 종종 듣는다. 이런 폐해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만 있다면 한국에서 기업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은 분명하고 신규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문제는 성장을 위해서라면 위험도 불사하겠다는 과도한 의욕이 혁신하겠다는 국가를 더 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불통을 상징하는 코드로 회자되는 ‘천송이 코트’ 소동으로 정보 보안이 뒤로 밀려도 누구하나 입도 뻥긋 못하는 현실이 그런 우려를 낳는다. 또 빠른 성과를 위해 기초 토대를 닦는 일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걱정스러울 뿐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중대한 전환점에서 오랫동안 머뭇거렸다.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문턱에서 머뭇거린 한국경제는 자칫하면 지금까지의 성장 과실만 소비하다가 후퇴할 걱정도 해야 할 형편인 것이다. 그런데 당장 성장률 높이기에만 몰입해 미래 동력을 내팽개치면 민심이 꿈꾸는 미래는 다시 오지 못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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