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은 5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파운틴밸리시에 위치한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신사옥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고 미국 자동차 시장 상황과 마케팅 전략 등을 점검했다.
정 회장은 일본 업체들이 엔저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가격 공세를 강화하는 점 등이 현대·기아차에 위협으로 작용한다고 언급한 한편, 경쟁력 있는 신차를 앞세워 정면돌파 할 것을 주문했다.
정몽구 회장은 “경쟁 회사가 할인정책을 펼친다고 지금껏 우리가 어렵게 쌓아온 '제값 받기' 노력을 헛되이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최근 미국시장에 선보인 신형 제네시스와 쏘나타는 가벼우면서 강도가 높은 고장력 강판이 대거 적용돼 차의 기본 성능을 크게 높인 차"라며 "이러한 중대형 신차들의 판매를 늘려 환율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한다면 미국 시장에서 지속 성장이 가능한 브랜드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이 제네시스와 쏘나타 등 신차 판매 확대를 강조한 것은 원고-엔저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 고부가가치 차량인 중대형차 판매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 차량이 많이 팔리며 수익성뿐만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 향상도 꾀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시장 위기를 돌파하는 데 핵심 카드로 보는 것이다.
특히 지난 6월 미국 시장에 진출한 신형 쏘나타는 2만5195대가 판매돼 월판매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제네시스도 신형 모델의 출시로 이전 약 800대에서 2000대 수준까지 판매량이 올랐다.
이에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중대형차 판매 비율은 늘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중형차급 이상 판매비율은 53.0%였지만 지난 6월은 62.3%까지 늘어 올 들어 월간 기준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현대·기아차는 환율 영향과 경쟁업체와의 치열한 경쟁 등으로 미국 시장의 빠른 회복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신차 판매 확대로 전년 대비 6% 가량 증가한 133만대(현대차 74만5000대, 기아차 58만5000대) 판매 목표를 반드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정몽구 회장이 찾은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신사옥은 지난해 말 완공됐으며 뒤 세계적 건축디자인 회사인 젠슬러(Gensler)가 디자인을 맡았다. 외형은 판매법인은 6층의 박스형이며 강화유리로 만들어져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어 기아차 미국판매법인과 기아차 미국 디자인센터도 각각 둘러본 정 회장은 현대·기아차 미국 생산기지가 위치한 앨라배마와 조지아로 이동해 현지 생산차량들의 품질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