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보신주의' 질타…최대 100명 이상 늘려
[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최근 금융사에 대한 '보신주의' 지적이 잇따르면서 은행들이 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채용시장에는 숨통을 틔우는 효과로 이어졌지만, 정부 으름장에 채용 계획이 조정되면서 안팎의 곱지않은 시선을 받게 됐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하반기 신입 채용 인원을 대폭 늘렸다. 지점 축소 및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상반기 채용을 단행하지 않았던 은행들도 채용 공고를 낼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채용 인원(160명)보다 75% 늘어난 280명을 채용하기로 확정했다. 이달말 대졸 신입사원 대상 채용공고를 낼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200명)보다 25% 늘어난 25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당초 하반기 채용 목표를 200명 정도로 잡았으나 규모를 키웠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100명)보다 100명 이상 많은 210명을 채용한다. 지난해 하반기(160명)보다는 50명 이상 채용 인원을 늘렸다. 상반기에 신입사원을 뽑지 않았던 하나은행은 하반기 100명을 채용할 예정이었지만 150명으로 목표 인원을 늘렸다.
역시 상반기 채용을 하지 않았던 IBK기업은행 하반기 최대 2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100여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반면 하나은행과의 통합이 예정돼 있는 외환은행은 채용 계획을 잡지 못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잇따라 채용 인원을 늘리면서 국내 채용시장에는 훈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채용 규모가 확대된 배경이 실적 개선 뿐 아니라 정부의 보신주의 지적에 대한 '면피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금융기관 임직원들은 사고만 안 나면 된다는 의식이 있어 리스크 있는 대출, 투자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질타했다. 이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은행권을 겨냥해 "기업이 기술만으로 금융 지원을 받기 힘든 것은 금융기관들이 불확실성을 이유로 보수적으로 평가하거나 평가를 회피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은행들이 정부 으름장에 채용계획이 뒤바뀐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전 이명박 정부 시절 적극 추진됐던 고졸인재 채용은 매년 50% 가까이 줄어들고 있으며, 청년인턴 채용은 IBK기업은행 등 일부 국책은행들을 중심으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이 경력단절여성 채용 등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 채용에는 적극 나서고 있지만 고졸채용, 청년인턴 등은 줄이거나 뽑지 않는 곳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채용 규모를 줄인건 지점 축소 및 인수합병(M&A) 등으로 몸집을 줄이는 상황에서 선뜻 늘리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